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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Issue)/트랜드 (Trend)

브랜드는 왜 줄이 가장 길 때 무너지는가

줄의 역설

2025년 여름, 서울 안국동에서 시작해 전국 7개 매장을 운영하던 한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의 인천점에서 26세 직원이 숙소에서 사망했다. 사망 전 일주일간 그는 80시간 가까이 일했다. 물리적으로 일주일이 168시간이니, 매일 10시간 이상 일한 셈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런던베이글- 이 브랜드는 '베이글 열풍'을 주도했고, SNS에서 끊임없이 회자됐으며, 매장 앞엔 늘 줄이 섰다. 브랜딩은 완벽했다. 그런데 최근 3년간 60여건이 넘는 산재가 발생했고, 전부 승인됐다. 한 해만 거의 30건. 심지어 '산재 논란'으로 유명한 대형 제빵 기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줄은 성공의 증거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줄 뒤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었다.

보이는 것과 작동하는 것

PwC가 2023년 발표한 '고객 충성도 조사'는 명확한 사실 하나를 보여준다. 브랜드를 떠난 고객의 37%가 "나쁜 경험 때문"이라고 답했다. 가격도, 제품도 아니었다.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은 대체로 직원, 노동자로부터 온다.

2022년 가을, 경기도 평택의 한 유명한 제빵공장. 20대 직원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튿날 공장은 평소처럼 돌아갔다.

천으로 가려진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동료들이 일했다.

 

 

2023년 여름, 같은 그룹의 다른 공장. 또 한 명이 사망했다.2025년 봄, 또 다른 공장. .

한 조사 보도에 따르면, 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재는 800건이 넘었다. 매달 평균 10건 이상씩 사고가 났다. 제빵업계에서 반복적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업이었다.

소비자는 이걸 몰랐다. 하지만 느꼈다. 지친 직원의 표정, 흔들리는 서비스 품질, 뭔가 불편한 분위기.

Bain & Company의 프레더릭 라이헬드(Frederick Reichheld)가 오랜 연구 끝에 발견한 법칙이 있다.

고객 유지율을 단 5%만 높여도, 이익은 25%에서 95%까지 증가한다.

반대로 말하면, 작은 균열도 엄청난 손실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40초의 법칙

전화 고객 서비스 연구는 흥미로운 숫자를 보여준다. 전화를 건 고객의 상당수는 1분도 채 대기하지 못하고 끊는다. 하지만 3분의 1 이상은 5분 이상 기다릴 의향이 있다.

모순처럼 들린다. 하지만 핵심은 '기대'다.

 

 

2023년 발표된 한 연구는 대기 시간 자체보다 '예상과의 격차'가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걸 밝혀냈다. 예상보다 긴 대기는 실망을 주지만, 예상보다 짧은 대기는 더 큰 만족을 준다.

브랜드 인식은 절대적 시간이 아니라 약속과 현실의 간격에서 만들어진다.

앞서 언급한 베이커리 브랜드의 문제는 줄이 길다는 게 아니었다.

줄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무너짐은 반드시 고객에게 전달된다.

6백만 달러의 결단

오래 전이다. 2008년 2월, 스타벅스는 미국 내 7,100개 전 매장의 문을 닫았다.

13만 명이 넘는 바리스타를 재교육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만해도 스벅은 살아있었다. 지금은 단적으로 굿즈만 너무 많다) .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법. 우유 스팀하는 법. 그날 하루 손실은 약 6백만 달러.

월스트리트는 비웃었다. "매출 손실을 감당할 수 있어?"

하지만 하워드 슐츠는 명확했다. "우리는 커피가 아니라 경험을 판다. 직원이 그 경험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는 끝이다."

 

 

당시 스타벅스는 위기였다. 2008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20% 이상 급락했다. 맥도날드와 던킨도너츠가 공격적으로 커피 시장에 진입했다. 급속한 확장으로 품질이 흔들렸고, 고객 만족도는 떨어졌다.

슐츠는 2008년 1월 CEO로 복귀하면서 코스트코 공동 창업자 짐 시네갈(Jim Sinegal)에게서 조언을 들었다. "하워드, 기존 고객을 잃고 다시 되찾는 비용이 신규 고객 확보 비용보다 훨씬 크다."

그 조언이 핵심 원칙이 됐다.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할인을 제공했다. 로열티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그리고 표준을 복구했다.

결과는? 이듬해 주가가 100% 이상 상승했다. 2년 후 순이익은 위기 전보다 3배 증가했다.

줄이 아니라 표준이 브랜드를 살렸다.

신뢰의 공식

Braze의 2025년 연구는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고객이 반복 구매하는 이유 1위는 '가격'(affordability)과 '제품 품질/브랜드 신뢰'(product quality/brand trust)였다. 이 두 요인은 3번째 요인인 '할인'보다 3배 이상 더 중요했다.

그리고 Queue-it의 2025년 조사는 더 구체적이다. 신뢰하는 기업에 대해:

  • 젊은 세대의 70%가 더 많이 지출한다
  • 약 70%가 더 충성한다
  • 3명 중 2명 이상이 추천한다

하지만 신뢰를 쌓는 데는 평균 4번의 좋은 경험이 필요하고, 무너뜨리는 데는 단 2번의 나쁜 경험이면 충분하다.

더 충격적인 건 이거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소매 기업들은 신규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손실한다. 10년 전보다 200% 이상 증가했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은 신규 고객 획득 비용의 5분의 1에서 25분의 1 수준이다.

줄을 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다시 또 오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것의 폭발

앞서 언급한 베이커리 브랜드의 산재 증가 패턴을 보면, 브랜드의 폭발적 성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첫 매장 개점 후 빠른 확장. 화려한 SNS. 끊임없는 줄.

하지만 시스템은 따라오지 못했다. 주당 80시간 근무. 하루 20시간 이상 연속 근무. 휴게 시간 부족. 기록 관리 논란.

보이는 성공 뒤에서 보이지 않는 붕괴가 진행됐다.

대형 제빵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한 조사 보도가 확인한 여러 건의 과로사. 대부분 주야간 장시간 교대 근무자였다. 일부 직원은 사망 직전 일주일 내내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누가 알았나? 경영진도, 투자자도, 대부분의 고객도 몰랐다.

하지만 시스템은 알았다. 천천히, 확실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균열은 예고 없이 오지 않는다

2024년 한 분석은 소비자의 약 70%가 구매 결정 시 윤리적 관행을 우선시한다는 걸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서비스 품질이 충성도의 핵심 동인이었다.

고객은 이제 묻는다. "이 브랜드는 직원을 어떻게 대하나?"

표준이 없는 브랜딩은 사기다

브랜딩은 약속이다. 로고, 공간, 메시지로 특정한 경험을 약속한다.

운영은 그 약속을 지키는 능력이다.

약속만 있고 능력이 없으면 그건 사기다.

소비자의 80%는 제품만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한다. 86%는 좋은 경험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낼 의향이 있다. 하지만 95%는 신뢰가 충성도를 만든다고 말한다.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일관된 경험. 일관된 경험은 어디서 오는가? 표준.

하워드 슐츠가 수백만 달러를 날린 날, 그는 표준을 복구했다. 스타벅스는 살아났다.

어떤 브랜드가 직원을 주당 80시간 일하게 한 날, 그들은 표준을 포기했다. 그리고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당신의 선택

더 긴 줄을 만들 것인가, 더 깊은 신뢰를 만들 것인가?

더 화려한 브랜딩을 할 것인가, 더 단단한 시스템을 쌓을 것인가?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 고객 유지율 5% 증가 = 이익 25-95% 증가
  • 신규 고객 획득 비용 = 기존 고객 유지 비용의 5-25배
  • 2번의 나쁜 경험 = 신뢰 파괴

줄은 마케팅이다. 신뢰는 자산이다.

줄이 사라졌을 때 무엇이 남는가?

그게 당신 브랜드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