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 리뷰 (Book Review)

트렌드코리아 2026 비판적 리뷰 | HORSE POWER 이면의 진실, 김난도 트렌드 해부

 

 

켄타우로스의 환상: 2026 트렌드, 그 화려한 포장 너머

대한민국사회에서 매해 말이면 인기 있는 다음해 트렌드 분석 책으로 언젠가 부터 김난도 교수 책이 해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만해도  어지럽게 느껴지는 수많은 스낵 같은 트렌드들을 몇가지 상위 분류로 묶어서 보여주면 트렌드 분석 타이틀로 보여줄만한 시대입니다.

 

켄타우로스로 해석한 2026

 

올해는 다른 저자의 책들도 함께 팔렸으면 합니다.

암튼.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6 HORSE POWER 10대 키워드를 분석. 휴먼인더루프, 필코노미, 제로클릭 등 AI 시대 소비 트렌드의 진실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해부합니다."

 

HORSE POWER, 그 야심찬 출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6』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HORSE POWER'라는 화두를 내걸었다. 켄타우로스의 은유 — 하체는 AI, 상체는 인간 —  음. 작년에 해도 제작년에 대입해도 ... 이런 건 사실.. 책 브랜딩 이라고 본다.

 

HORSE POWER 2026

10개의 키워드가 AI의 작용과 인간의 반작용을 변증법적으로 종합한다는 구조적 설명으로 설계를 했다. 자, 이제 각각의 키워드를 들여다보자. 그리고 그 이면을 살펴보자.


1. 휴먼인더루프 (Human-in-the-Loop)

AI 업무 처리 과정에서 인간이 최소 한 번 이상 개입해야 한다는 개념. AI in the loop부터 Human out of the loop까지의 스펙트럼 속에서, 인간이 명령하고 팩트체크하며 재가공하는 'Human-in-the-Loop'가 가장 바람직한 균형점이다. 하버드대 연구를 인용하며, 전문성 높은 사람은 AI로 더 향상되지만 역량 낮은 사람은 오히려 성과가 떨어진다고 강조한다.

 

휴먼인더루프 (Human-in-the-Loop)

insightful appraisal

이것은 트렌드인가, 아니면 상식인가? AI 시대에 인간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자동차 시대에 운전자가 필요하다는 말만큼이나 당연하다. 문제는 이 키워드가 근본적인 불평등을 은폐한다는 점이다. "전문성이 높은 사람은 더 좋아지고, 낮은 사람은 더 나빠진다"는 분석은 정확하지만, 그렇다면 대다수의 '전문성이 낮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이 키워드는 결국 '승자의 전략'만을 제시한다. AI 시대의 양극화를 지적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전문성을 키워라"는 개인 책임론으로 회귀한다.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역량 문제로 치환하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해법이다. 더구나 이것을 2026년의 '새로운 트렌드'로 포장하는 것은 지적 과잉 포장에 가깝다.

 


2. 필코노미 (Oh, my feelings! The Feelconomy)

키워드 설명

'기분'과 '경제'의 합성어. 소비자가 자신의 기분을 원하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구매를 결정하는 현상. "기분이 안 좋아서 빵을 샀다"는 일상적 문장 속에서 감정 기반 소비의 중요성을 발견한다. 디바이스로 기분을 읽어내고, 부정적 기분을 떨치고, 좋은 기분을 얻기 위해 지출하는 세 국면으로 구성된다.

 

필코노미 (Oh, my feelings! The Feelconomy)

insightful appraisal

감정 소비가 2026년의 트렌드라고? 프로이트 이후 심리학은 백 년 넘게 비합리적 소비를 연구해왔다. 행동경제학의 '감정 회계(mental accounting)'는 이미 수십 년 된 개념이다. 백화점의 '기분 전환 쇼핑', 편의점의 '보상 소비'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키워드가 '왜'라는 질문을 회피한다는 점이다. 왜 2026년의 한국인들은 기분에 더욱 민감해졌는가? 저자는 "합리적 사회일수록 역설적으로 감정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인과를 전도시킨 해석이다. 사실은 이렇다.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불합리해졌기에 — 노력해도 집을 살 수 없고, 성실해도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기에 — 사람들이 즉각적 감정 보상에 매달리는 것이다.

'필코노미'는 증상을 트렌드로 미화한다. 구조적 절망을 개인의 감정 관리 문제로 축소한다. 빵을 사서 기분을 푸는 것이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어버린 사회, 그 민낯을 이 키워드는 감춘다.


3. 제로클릭 (Results on Demand: Zero-Click)

키워드 설명

AI가 소비자가 찾기 전에 먼저 답변을 제시하여 클릭이라는 행위가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현상. 과거 검색-클릭-탐색의 과정이 사라지고 질문 한 번에 답을 얻는다. 이는 마케팅 패러다임을 바꾼다. 검색 상단 노출이 아니라 알고리즘 답변 최적화가 중요해지고, 브랜드보다 상품력이 중요한 시대가 온다.

제로클릭 (Results on Demand: Zero-Click)

insightful appraisal

제로클릭 현상의 진단은 정확하다. 하지만 이것이 '편리함의 증가'인가, 아니면 '선택권의 박탈'인가? AI가 한 번에 답을 제시하면 사용자는 클릭할 필요가 없다. 동시에 사용자는 다양한 정보원을 비교할 기회도 잃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권력의 이동이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여러 링크를 클릭하며 정보를 비교했다. 이제는 AI 알고리즘이 '좋은 답'을 선별한다. 누가 그 알고리즘을 설계하는가? 어떤 기준으로 답을 선택하는가? 제로클릭 시대의 진짜 승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알고리즘을 소유한 빅테크 플랫폼이다.

"브랜드보다 상품력이 중요해진다"는 분석도 순진하다. 사실은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상품이 승리한다. 상품력이 아니라 SEO(검색엔진최적화)의 AI 버전, 즉 AIO(AI Optimization) 역량이 승부를 가른다. 제로클릭은 선택의 민주화가 아니라 새로운 과점의 시작이다.


4. 레디코어 (Self-Directed Preparation Ready-Core)

키워드 설명

아직 오지 않은 삶을 미리 계획하고 학습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준비된(Ready) 삶의 핵심(Core)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는 뜻. 젊은 세대가 노션과 엑셀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공유하며, 예행연습을 반복한다. 선행학습이 전 세대의 전유물이 되었다.

레디코어 (Self-Directed Preparation Ready-Core)

insightful appraisal

레디코어는 트렌드가 아니라 병리다. 젊은이들이 왜 그토록 철저하게 준비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실패의 비용이 치명적이기에, 그들은 삶을 엑셀 시트로 관리한다.

이 키워드는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의 끝없는 자기착취를 미화한다. 준비가 삶의 '본질'이 되었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 아니라 비극이다. 삶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인데, 현대 청년들은 준비만 하다가 정작 삶을 놓친다.

더구나 이 '준비'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하나를 준비하면 다음 준비가 기다린다. 레디코어는 준비의 무한 순환, 즉 시지프스의 형벌을 긍정적 라이프스타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이것을 트렌드로 명명하는 순간, 우리는 구조적 불안을 개인의 '역량' 문제로 전환하는 데 동참하게 된다.


5. AX조직 (Efficient Organizations through AI Transformation)

키워드 설명

AI 전환(AX)을 통해 조직이 변화하는 모습. DX(Digital Transformation)를 넘어 AX의 시대. 부서 간 경계 해체, 직급 압축이라는 조직적 변화와 Learn-Unlearn-Relearn이라는 문화적 변화가 핵심이다. AI를 적극 활용하며 실행 속도가 빨라지고 생산성이 극대화된다.

AX조직 (Efficient Organizations through AI Transformation)

insightful appraisal

AX조직이라는 개념은 멋지게 들린다. 하지만 '부서 간 경계 해체'의 실제 의미는 무엇인가? 한 사람이 여러 부서의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급 압축'은? 승진 사다리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현실에서는 노동 강도의 증가로 나타난다.

'Unlearn'의 개념은 더욱 교묘하다. "기존의 것을 잊어버리고 새로 배워라." 듣기에는 유연성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경력의 무용화를 의미한다. 20년 쌓은 전문성도 AI 시대에는 '잊어버려야 할 낡은 것'이 된다. 이는 중장년 노동자의 대량 도태를 정당화하는 논리다.

AX조직은 결국 '린(Lean) 조직'의 AI 버전이다.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조직의 생산성은 올라갈지 몰라도, 구성원의 삶의 질은? 이 키워드는 조직의 효율만 말하고, 인간의 소진은 말하지 않는다.


6. 픽셀라이프 (Pixelated Life)

키워드 설명

소비자들이 더 이상 하나의 브랜드나 가치에 오래 충성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트렌드를 쫓으며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처럼, 트렌드가 작고, 많고, 빠르다. 작은 제품을 여러 개 사고, 다양한 경험을 동시에 하며,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간다.

 

픽셀라이프 (Pixelated Life)

insightful appraisal

픽셀라이프는 현상을 정확히 포착했다. 하지만 이것을 '기회'로 프레임하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이 기회를 잘 포착하는 사람이 더 나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실상은 이렇다. 끊임없이 변하는 트렌드는 소비자를 지치게 한다. 하나를 써보기도 전에 다음 것이 나온다. 정착할 틈 없이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이는 '다양성의 풍요'가 아니라 '선택의 피로'다. 그리고 이 피로의 진짜 수혜자는 끊임없이 신제품을 쏟아내는 자본이다.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라는 역설은, 사실 자본주의 시장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혼란이다. 소비자를 쉬지 못하게 해야 소비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픽셀라이프는 소비자의 '능동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이 강요한 '수동적 추격'에 가깝다.

이 키워드는 피로를 트렌드로, 혼란을 기회로 미화한다. 그 뒤에 가려진 것은 소진된 소비자들의 얼굴이다.


7. 프라이스 디코딩 (Observant Consumers: Price Decoding)

키워드 설명

소비자가 제품 가격을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구성요소를 해체해 분석한 후 구매를 결정하는 행동. 상품력과 브랜드력의 가격을 구분하고, 듀프(복제품)도 거리낌 없이 선택한다. 소비자가 초합리적이고 분석적으로 변했으며, 가성비 개념도 진화했다. 무조건 싼 것이 아니라 합리적 가격의 탁월한 품질이 진정한 가성비다.

 

프라이스 디코딩 (Observant Consumers: Price Decoding)

insightful appraisal

프라이스 디코딩을 '소비자의 성숙'으로 읽는 것은 반쪽짜리 해석이다. 소비자가 정말 똑똑해져서 가격을 분석하는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 분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브랜드 프리미엄을 거부하고 듀프를 찾는 행위는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구매력 저하의 증거다. 명품을 살 여유가 있다면 굳이 듀프를 찾지 않는다. "상품력과 브랜드력을 구분한다"는 것은 "브랜드력에 돈 쓸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가성비 개념의 진화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합리적 가격의 탁월한 품질"을 추구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탁월한 품질에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프라이스 디코딩은 소비자의 역량 향상이 아니라 경제적 압박의 다른 이름이다.

이 키워드는 빈곤을 현명함으로, 불가피한 선택을 자발적 트렌드로 포장한다. 그 이면의 경제적 불평등은 언급되지 않는다.


8. 건강지능(HQ) (Health Quotient)

키워드 설명

자신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건강 정보를 탐색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며 자기관리를 실천하는 역량. IQ, EQ를 넘어 HQ의 시대. 과학적, 선제적, 총체적 건강 관리가 특징이다. 소비자의 건강지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졌다.

건강지능(HQ) (Health Quotient)

 

insightful appraisal

건강지능이 높아진 것은 축하할 일인가? 개인이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총체적으로 접근한다는 것.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기술 발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적 의료 시스템의 무력화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을 '지능'으로 명명하는 순간, 건강은 개인의 역량 문제가 된다. 건강지능이 낮은 사람은? 그들의 건강 악화는 자기 책임이 되는가? 실제로 한국의 의료비 부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가의 건강 안전망이 약화되면서, 개인이 직접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압박이 커진 것이다.

"과학적, 선제적, 총체적 관리"는 듣기 좋지만, 현실에서는 끊임없는 건강 감시와 불안을 의미한다. 매일 수면 점수를 체크하고, 걸음 수를 세고, 칼로리를 계산하는 삶. 이것이 건강한 삶인가, 아니면 건강염려증의 일상화인가?

건강지능은 의료의 민영화와 개인화를 긍정적 트렌드로 포장한다. 그 뒤에 가려진 것은 무너지는 공공 의료와, 건강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개인의 부담이다.


9. 1.5가구 (Everyone is an Island: The 1.5 Households)

키워드 설명

개인의 독립적 삶(1)을 기반으로 하되,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자원(0.5)과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관계. 완전한 독립의 고독과 비용을 피하면서도, 자율성은 지키는 합리적 라이프스타일이다.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0.5의 관계.

1.5가구 (Everyone is an Island: The 1.5 Households)

 

insightful appraisal

1.5가구는 솔직하다.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슬프다. "혼자 살고 싶지만 완전히 혼자일 수는 없다"는 이 딜레마는, 현대인의 분열된 욕망을 정확히 드러낸다. 하지만 이것은 '합리적 선택'인가, 아니면 '불가피한 타협'인가?

젊은 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려는 이유는 자유 때문만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가족을 꾸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혼자 살기에는 주거비가 너무 높고, 외로움도 크다. 그래서 0.5의 관계 — 룸메이트, 세어하우스, 비혼 동거 — 를 선택한다.

1.5가구를 '전략적 선택'으로 프레임하는 것은 교묘하다. 이것은 전략이 아니라 차선책이다. 1도 0도 아닌 1.5를 선택하는 것은, 1을 선택할 여유도, 0을 선택할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이 키워드는 구조적 문제를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으로 포장한다. 결혼과 출산이 불가능해진 경제 구조, 고립을 강요하는 사회 시스템, 이런 것들은 언급되지 않는다. 1.5가구는 적응의 산물이지,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10. 근본이즘 (Back to the Core: Fundamentalism)

키워드 설명

인공지능이 판을 치는 첨단 시대일수록 가장 근본적인 본원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 아네모이아(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은 AI와 디지털 기술 확산에 대한 반작용이다. 전통, 원조, 아날로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AI가 창조하거나 위조할 수 없는 '진짜'에 대한 열망.

insightful appraisal

근본이즘은 10개 키워드 중 가장 정직한 키워드다. 왜냐하면 이것은 실패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근본'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가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AI와 디지털의 세계가 공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키워드가 제시하는 해법은 퇴행적이다. "전통으로 돌아가자", "원조를 찾자", "아날로그를 써보자." 이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도피다. 문제는 첨단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 그것이 만들어내는 불평등, 그것이 강요하는 속도다. 근본으로 돌아간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가?

 

 

더구나 '근본이즘'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Fundamentalism은 원래 종교적 근본주의를 의미하는데, 이것을 소비 트렌드로 전유하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근본'을 소비한다. LP판을 사고, 필름 카메라를 쓰고, 전통 한옥 카페에 가는 것. 이것은 진정한 근본 추구인가, 아니면 근본을 소비하는 또 다른 자본주의적 행위인가?

근본이즘은 현재의 문제를 과거의 환상으로 덮으려는 시도다. 진짜 질문은 "어떻게 근본으로 돌아갈 것인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근본을 잃었는가"여야 한다. 하지만 이 키워드는 그 질문을 하지 않는다.


켄타우로스는 분열된 존재였다

10개의 키워드를 훑으며 보이는 패턴이 있다. 모든 키워드가 '개인의 역량'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AI 시대에 전문성을 키워라(휴먼인더루프), 기분을 관리하라(필코노미), 철저히 준비하라(레디코어), 유연하게 배우고 잊어라(AX조직), 빠른 변화를 기회로 삼아라(픽셀라이프), 가격을 분석하라(프라이스 디코딩),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라(건강지능), 전략적으로 관계를 맺어라(1.5가구), 근본을 찾아라(근본이즘).

모두 정확한 현상 진단이다. 하지만 모두 개인에게 적응을 요구한다.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시장은 당연한 전제이며, 불평등은 언급되지 않는다. 트렌드 분석은 늘 이렇게 작동한다. 현상을 포착하되, 원인은 묻지 않는다. 적응을 권하되, 저항은 상상하지 않는다.

 

 

김난도 교수가 소환한 켄타우로스는 사실 그리스 신화에서 분열되고 고통받는 존재였다. 인간의 이성과 말의 야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이 그린 미래도 마찬가지다. AI의 효율과 인간의 감성, 속도와 근본, 독립과 연대 사이에서 우리는 분열된 채로 달려간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왜 달리는가? 누구를 위해 달리는가? 그리고 달리기를 멈출 수 있는가?

트렌드 분석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답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답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트렌드 분석이 아니라 비판이 되기 때문이다.

 

 

2026년, 말발굽 소리는 들린다. 하지만 우리는 말을 타고 있는가, 아니면 말에게 쫓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