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발 5,500미터에서 무너진 신뢰: 아크테릭스가 남긴 브랜드 경영의 교훈
2025년 9월 19일, 티베트 고원 해발 5,500미터.

중국의 폭죽 아티스트(자그마치 아티스트!)와 아크테릭스가 공동 주최한 '승룡(Ascending Dragon)' 불꽃놀이가 히말라야 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용의 형상을 표현한 화려한 폭죽 쇼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겠다는 명분으로 기획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사건 직후 안타스포츠(Anta Sports) 주가는 5% 급락했고, 시가총액 8억 4,900만 달러가 증발했다. 딱 하루 만의 일이었다.
1. 숫자로 본 신뢰의 가치: 81%의 법칙
2024년 에델만 신뢰도 지표(Edelman Trust Barometer)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81%가 브랜드를 구매하기 전 반드시 신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한 선호도가 아닌 구매 결정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는 의미다.

아크테릭스는 2024년 매출이 21억 9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36% 성장하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티베트 사건 이후, 성장 곡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었고, 특히 1980-90년대생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문제 삼았다.
2. 진정성의 역설: 86%가 원하는 것
스택라(Stackla)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6%가 브랜드를 좋아하고 지지할 때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진정성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된다.
아크테릭스 CEO 스튜어트 해즐든(Stuart Haselden)은 "이 사건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되고자 하는 방향과 정반대되는 것"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은 이미 깨진 신뢰를 복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왜일까? 소비자의 58%가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브랜드를 구매하거나 옹호하며, 63%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브랜드의 입장에 따라 구매를 결정한다. 아크테릭스는 순간의 화려함을 위해 자신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환경 보호'라는 핵심 가치를 스스로 부정했다.
3. Z세대의 심판: 79%의 새로운 기준
Z세대의 79%는 브랜드 신뢰가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답했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에 투표한다.

중국의 아웃도어 애호가들은 "진정한 아웃도어 애호가라면 절대 자신들이 장비를 착용하고 오르는 그 산에서 불꽃놀이를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의 근본적 배신으로 받아들여졌다.
4. ESG의 진화: 그린워싱의 종말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ESG 관련 주장을 하는 제품은 5년간 누적 성장률이 28%로, 그렇지 않은 제품의 20%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이는 진정성이 전제될 때만 가능하다.

와크(WARC)는 아크테릭스 사건을 "창의적 아이디어를 검토할 때 브랜드의 확립된 포지션, 특히 환경에 대한 입장과 모순되지 않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프랑스의 티베트 자유 학생단체는 "예술은 파괴의 변명이 될 수 없다"며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시위를 벌였고, 런던 화이트 큐브 갤러리 앞에서도 항의가 이어졌다.
5. 브랜드 위기 관리의 새로운 공식
2024년 전 세계 소비자의 71%가 "작년보다 기업을 덜 신뢰한다"고 답했다. 신뢰의 위기 시대, 브랜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일관성이다.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한 기업의 33%가 20% 이상의 매출 증가를 보고했다.

둘째, 투명성이다. 소비자의 78%가 투명한 브랜드에 더 충성도를 보이며, 84%는 실수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브랜드를 신뢰한다.
셋째, 즉각적 대응이다. 티베트 지방 정부가 조사팀을 파견한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아크테릭스와 채국강 모두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미 소비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후였다.
철학 없는 성장의 한계
아메르 스포츠는 2025년 3분기 매출 성장률 20% 이상, 조정 영업이익률 목표 범위 상단을 전망했지만, 아크테릭스 사건으로 인한 평판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비자의 87%가 신뢰하는 브랜드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반대로 신뢰를 잃은 브랜드는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도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할 수 없다.

아크테릭스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만든다. 신발 카테고리는 2024년 60% 이상 성장했고,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제품의 우수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랜드의 마지막 고도
브랜드 경영의 핵심은 더 이상 제품이나 마케팅이 아니다. 소비자의 81%가 브랜드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을 해야 신뢰를 유지한다고 답한 시대, 브랜드는 철학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아크테릭스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단순하다. 브랜드의 진짜 적은 경쟁사가 아니라 자기 모순이다. 아무리 화려한 마케팅도,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도, 철학을 배신하는 순간 무너진다.
브랜드 진정성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소비자가 84%에 달하는 오늘, 우리는 묻는다.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흔들림 없이 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다음 10년을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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