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선언, 그리고 자유무역의 다음 장을 묻다
APEC 총회가 끝났다. 사진 한 장이 오래 남을 것이다. G2의 긴장이 한 프레임에 담겼고, 그 가운데 경주선언이 합의됐다.
흥미로운 건, 어떤 단어가 사라졌느냐는 점이다. 자유무역, 다자체제, WTO—그 문구들은 선언문 어디에도 없다.
대신 우리는 이렇게 읽는다. “글로벌 무역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모호하다. 그러나 모호함도 메시지다.
언론은 말한다. “자유무역 시대가 끝났다.” 쉬운 결론이다. 하지만 쉬운 결론은 보통 틀리다.
사실은 더 복잡하다. 미국 밖의 나라들—시장과 기업들—은 여전히 무역을 열어두고 있다. IMF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개방을 유지한다고 썼다. 기업들은 공급망을 재편하며 ‘적응’하고 있다. 데이터는 보호주의의 일방적 승리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가 직면한 질문은 하나다.
자유무역이 끝난 게 아니라, 자유무역의 규칙이 진화해야 한다.

무엇을 더해야 하는가?
첫째, 규범을 추가해야 한다. 기존의 WTO 규범은 이질적 경제체제에서 생기는 불공정을 다루지 못했다. 새 규범이 필요하다. 국가주도적 체제의 불공정을 규율할 수 있는 규칙.
둘째, 시선을 바꿔야 한다. 반독점의 관점을 국제무역에 적용하라. 공급망의 ‘독점성’이 지정학적 무기가 되는 시대다. 어느 한 국가가 특정 상품의 글로벌 흐름을 장악하는 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셋째, 의사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 만장일치의 틀은 너무 느리다. 먼저 합의한 국가들끼리 규범을 실행하는 복수국간 협정(multi-country agreements)을 늘려 실험하고 확장하라.
경주는 시작이었다
공식은 중요한 시작점이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경주에서 우리는 회담을 관리했고, 만남을 성사시켰다. 이제는 그 경험을 비빌 언어와 제도로 바꿀 시간이다.

자유무역을 기념하거나, 그 종말을 선언할 필요는 없다. 대신 물음을 던져라. 우리가 원했던 ‘열린 무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규범과 구조를 바꿔야 하는가?
짧게 말하자. 전선은 명확하다. 답은 단순하지 않다. 행동은 급하다.
이제, 자유무역의 다음 장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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