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덜 팔수록 더 강해지는 브랜드 – 파타고니아가 창업자에게 묻는 것
1. 블랙프라이데이 한가운데 등장한 한 줄의 반역
해마다 11월이면 전 세계 유통업계는 같은 말로 외칩니다.
“지금 안 사면 손해입니다.”
“마지막 세일, 최대 몇 퍼센트 할인.”
소비자는 그날만큼은 합리성을 잠시 내려두고, 카트에 물건을 가득 담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블랙프라이데이는 단순한 세일이 아니라 성장 그래프를 한 번에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타이밍입니다. 실적 발표 때 투자자에게 보여줄 숫자, 임원들의 보너스, 다음 해 예산이 이 시기의 매출에 달려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2011년, 미국 뉴욕타임스 지면 한가운데에 전혀 다른 문장이 등장합니다.
“Don’t buy this jacket.”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광고의 주인공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였습니다. 재킷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 있고, 그 아래에 “사지 말라”는 문장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 밑에는 이 재킷 한 벌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물, 에너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나라하게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한 벌의 재킷이 생산되는 동안 지구가 치러야 하는 비용을 보여주면서, 파타고니아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 필요하지 않다면, 사지 마세요.”
“이미 있는 옷을 더 오래 입으세요.”
“고쳐 입을 수 있다면, 새로 사지 마세요.”
대부분 기업에게 소비는 목적입니다.
파타고니아에게 소비는 수단입니다.
이 회사의 미션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우리의 집을 지키기 위해 비즈니스를 한다.”
이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옷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덜 망가지게 돕는 것입니다. 옷을 파는 일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일 뿐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이 구조를 정직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매출의 일정 비율을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환경을 해치는 공급망을 바꾸기 위해 비용을 더 지불하고, 수선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일부러 설계하고, 심지어는 “새로 사지 말라”는 광고까지 합니다.
그리고 2022년, 파타고니아는 아예 회사 지분을 신탁과 비영리 조직에 넘기며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이제부터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다.”
겉으로 보기엔 이 말이 모순처럼 느껴집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물건을 팔고, 이익을 남기며, 세계 곳곳에 매장을 내는 회사가 어떻게 “반자본주의”일 수 있을까요.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전략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표현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하나의 정확한 묘사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파타고니아는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본주의의 규칙 중 일부를 살짝 비틀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 비틀림의 핵심에는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정말로 큰 회사가 되어야만 좋은 회사인가?”
“작게 남으려는 의지, 성장의 속도를 일부러 늦추는 선택은 왜 위대할 수 있는가?”
이 장에서 다루고자 하는 “성장의 함정”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더 크고, 더 빨리, 더 많이를 향해 달리는 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사례가 파타고니아이기 때문입니다.
2. 덜 팔겠다고 선언했는데 왜 더 강해졌는가
많은 기업이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 광고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렇게 말해놓고 속으로는 많이 팔리고 싶겠지.”
“결국 또 다른 마케팅 기법 아니냐.”
이 질문은 어느 정도 타당합니다. ‘착한 척 마케팅’은 실제로 시장에 널려 있습니다. 친환경, 공정무역, 사회적 가치 같은 단어는 이제 웬만한 브랜드의 슬로건 어디에서나 발견됩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가 다른 브랜드와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은, 이 한 장의 광고가 갑자기 튀어나온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원래 암벽등반과 서핑을 즐기던 클라이머였습니다. 처음부터 옷 장사를 하겠다고 시작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직접 등반 장비를 만들어 팔던 작은 공방에서 출발했고,

“우리가 쓰고 싶은 장비를 우리가 만든다”는 태도로 브랜드를 키워왔습니다.
장사를 조금 더 잘해 보겠다고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포장한 것이 아니라, 취미와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철학이 나중에 문장으로 정리된 경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메시지는 광고 이전과 이후에 큰 단절이 없습니다. 메시지를 증명하는 행동들이 이미 수십 년 동안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경단체에 대한 기부, 유기농 면과 재활용 원단으로의 전환, 제품 내구성에 대한 집착, 수선 프로그램, 공급망 공개, 공정무역 인증 같은 것들이 그 예입니다. 이 회사는 “덜 사라”는 말을 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입니다.
소비를 자극하기보다 자제시키는 메시지를 던졌는데, 브랜드의 매출과 인지도는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요즘 MZ가 이런 거 좋아해서 그래”라고 설명해버리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파타고니아의 성장은 트렌드를 잘 탔다기보다, 아주 오래된 몇 가지 원칙을 독하게 지켰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첫째, 누구에게 팔지보다 누구에게 팔지 않을지를 먼저 정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애초에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보지 않습니다.
유행에 맞춰 옷을 자주 바꾸고 싶은 사람,
최대한 싼 가격에 빠른 배송을 원하는 사람,
로고의 인지도만 보고 옷을 고르는 사람은 이 브랜드의 이상적인 고객이 아닙니다.
반대로,
내가 소비하는 방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한 사람,
덜 사더라도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찾는 사람,
브랜드의 철학과 나의 가치관이 지나치게 어긋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파타고니아는 강력한 선택지가 됩니다.
이런 사람들은 시장 전체에서 보면 분명 소수입니다. 그러나 이 소수는 한 번 브랜드를 신뢰하면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제품이 조금 비싸더라도, 배송이 조금 느리더라도 감수합니다. 오히려 그 불편함 자체를 “내가 감수한 작은 책임”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둘째, 단기 매출 그래프보다 고객과의 서사를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 재킷을 사지 마라”는 광고를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이 회사는 왜 이렇게까지 말하지?”
“정말로 덜 팔릴 각오를 한 걸까?”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파타고니아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게 됩니다. 단순한 쇼핑 경험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를 “공부하게 되는” 경험이 됩니다. 이 과정은 단기적인 매출보다 훨씬 큰 자산을 만듭니다. 브랜드에 대한 서사가 소비자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는 것입니다.
브랜드를 공부하게 만드는 브랜드.
이것이 파타고니아가 가진 힘입니다.
셋째, 성장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상장(IPO)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식 시장의 압력에 회사를 내놓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상장하는 순간부터 회사는 매 분기마다 숫자에 쫓기게 됩니다. 그러면 브랜드가 지키고자 했던 중요 가치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이 위험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가장 강력한 성장 레버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상장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장 압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자사의 미션과 철학에 맞지 않는 확장과 인수합병, 무리한 매장 확대에 휩쓸릴 가능성을 낮췄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좋은 일을 해서 성공한 착한 브랜드”가 아닙니다.
파타고니아는 냉정하게 계산해 보았을 것입니다.
빠른 성장, 거대한 규모,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만드는 길은 이미 다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똑같은 게임을 하면서 우리만 다르게 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우리는 어떤 게임의 룰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가?”
이 질문 끝에서 나온 것이 바로 “작게 남겠다는 선택”입니다.
3. 철학은 말이 아니라 구조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파타고니아를 벤치마킹합니다.
“우리는 지구를 사랑합니다.”
“우리도 친환경입니다.”
“우리도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를 따라 하려다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한 지점에서 드러납니다.
철학은 잘 쓰는데, 구조는 그대로 둔다는 것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처음부터 구조를 함께 바꾸었습니다.
첫 번째 구조는 돈의 흐름입니다.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모델을 오래전부터 운영해 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기부가 “이익이 많이 나면 하겠다”는 식의 약속이 아니라, 매출에 연동된 구조라는 점입니다. 팔리는 순간 일정 비율은 자동으로 회사 밖으로 흘러나가 환경 보호 활동에 사용됩니다.
이른바 지구를 위한 세금을 스스로 부과한 셈입니다.
그 이후에는 아예 회사의 소유 구조를 바꾸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회사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만든 신탁이 갖고, 나머지 지분은 환경을 위한 비영리 조직이 갖습니다.
경영에 필요한 재투자를 제외하고 남은 이익은 그 비영리 조직에 배당되어 기후 위기 대응과 자연 보호 프로젝트에 사용됩니다. 이 구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 바로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는 선언입니다.
이렇게 구조를 바꿔놓으면, 회사가 아무리 단기 실적에 흔들리더라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리기는 어렵습니다. 경영진이 바뀌더라도, 인수합병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이익의 최종 목적지가 “지구”로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구조는 제품과 서비스의 설계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자사 제품을 더 오래 쓰게 만드는 장치를 사업 모델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수선 프로그램과 중고 거래 프로그램입니다. 고객이 오래 입은 제품을 가져오면, 회사를 통해 수선해서 다시 입거나, 중고로 판매할 수 있게 돕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공식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기본 공식은 이렇습니다.
더 많이 팔수록 좋은 회사.
더 자주 새 제품을 사게 할수록 좋은 전략.
파타고니아는 여기서 한 발짝 비켜 섭니다.
“가능하면 제품을 덜 사게 하겠다.”
“대신, 한번 산 제품을 오래 쓰게 돕겠다.”
이 전략은 단기 매출에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새 옷을 덜 사게 될 것이고, 대신 수선과 재사용에 비용과 시간을 쓰게 됩니다.
그럼에도 파타고니아는 이 구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단기 매출은 줄어들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가 두꺼운 층을 형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구조는 평가 기준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매출, 이익, 점유율을 중심으로 자신을 평가합니다. 이 숫자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는 여기에 다른 숫자들을 집요하게 더했습니다.
제품 한 벌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재활용된 소재의 비율 같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 숫자들을 소비자에게 공개합니다. 이 숫자들은 당장 매출을 올리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브랜드 옷을 하나 사는 것도 이렇게 환경 비용이 크구나”라는 감각을 주어 구매를 망설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회사 내부의 의사결정 기준을 바꿔 놓습니다.
새 제품을 만들 때,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할 때, 새로운 공급업체를 선택할 때, 이 숫자들이 함께 고려됩니다.
매출만 놓고 보면 당장 유리한 선택이라도, 환경 비용이 과도하면 다시 고민하게 됩니다.
철학은 말이 아니라 구조에서 시작됩니다.
슬로건을 바꾸는 것은 한 번의 회의로도 가능하지만, 돈의 흐름과 소유 구조, 제품 설계와 평가 기준을 바꾸는 일은 몇 년, 몇십 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파타고니아의 위대함은 바로 이 지루한 구조의 변경을 버티면서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반자본주의 자본주의”가 멋진 개념이 아니라, 실제 운영되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4. 한국의 창업자에게 파타고니아가 던지는 질문들
이제 질문을 우리 쪽으로 돌려볼 차례입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브랜드를 만들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자들에게 파타고니아는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요.
첫 번째 질문.
“당신의 회사는 왜 커져야 하는가?”
많은 사업 계획서와 IR 자료가 “3년 안에 몇 배 성장, 5년 안에 어느 정도 규모”를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크게 성장하기 위해 시작합니다. 어느 지점까지는 당연한 목표입니다.
매출이 올라야 팀원에게 월급을 줄 수 있고,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어디까지 커져야 하는가?”
“어디부터는 더 이상 커지지 않아도 되는가?”
이 질문은 브랜드의 전략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연 매출 몇십억 원, 직원 수 몇십 명 정도에서 멈춰도 괜찮다” 라는 합의가 팀 안에 명확하게 존재한다면, 회사는 그 단계까지 가는 동안 훨씬 더 자유롭게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너무 빠른 외형 성장을 위해 무리한 할인을 하지 않아도 되고, 브랜드의 방향성을 흔들 만한 제휴 제안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채용할 때도 “지금 당장은 실적이 약간 더 느려질지라도, 이 팀과 이 철학에 맞는 사람을 뽑겠다”는 결정을 내릴 여지가 생깁니다.

두 번째 질문.
“당신의 브랜드는 누구를 일부러 포기할 것인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호소하려는 브랜드일수록, 실제로는 아무에게도 깊이 사랑받지 못합니다.
파타고니아는 유행에 민감하게 옷을 바꾸는 소비자, 할인과 쿠폰에 민감한 소비자, 최대한 싸고 빠르게 사고 싶은 소비자를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 자신의 소비를 통해 세상이 아주 조금이라도 덜 망가지기를 바라는 소수에게 집중했습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창업자가 초기 시장 설정에서 이 어려운 선택을 피합니다.
“우리 서비스는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타깃은 20대부터 40대까지 전 연령입니다.”
이런 말은 편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깊게 겨냥하지 않는 선언이 됩니다.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누구에게서 욕을 먹어도 괜찮은가?”
“당신의 브랜드는 어떤 사람에게는 아예 매력 없게 느껴져야 하는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수록, 당신의 브랜드는 작아지지만 선명해집니다. 그리고 그 선명함이 결국 당신의 가장 큰 방어막이 됩니다.
세 번째 질문.
“당신의 철학을 지탱해 줄 구조는 무엇인가?”
한국에서도 “우리는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합니다”라는 문장을 쓰는 회사는 많습니다. 그러나 이 문장이 실제로 구조에 반영되어 있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실제 평가와 보상은 오로지 단기 실적에만 매달려 있다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실적에 맞춰 움직이게 됩니다.
지속 가능성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가장 싼 원가와 가장 빠른 납기만을 기준으로 협력업체를 선택한다면, 팀 안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곧 공허한 장식품이 됩니다.
파타고니아는 이 지점에서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미션 스테이트먼트를 먼저 쓰고, 그 다음에 구조를 바꾸는 순서를 택했습니다.
지분 구조, 이익 배분 방식, 수선과 재사용 제도, 공급망의 선택 기준, 제품을 설계할 때 고려하는 환경 비용 등 수많은 구조적 장치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강제로 현실에 붙여 놓았습니다.
한국의 창업자라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철학은 무엇인가?”
“그 철학을 지키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만드는 구조가 실제로 회사 안에 존재하는가?”
네 번째 질문.
“당신은 어느 정도까지 비판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파타고니아 역시 항상 칭찬만 받은 것은 아닙니다. 환경을 위한다면서도 결국 제품을 파는 회사 아니냐는 비판, 성장하면서 내부가 관료화되고 있다는 비판, 어떤 캠페인은 너무 이상적이라는 비판 등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비판 때문에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구조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는 시도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창업자는 결국 선택해야 합니다.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불완전한 상태로도 실험을 시작할 것인가.
파타고니아의 길은 후자였습니다.
반자본주의 자본주의라는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실체는 단순합니다.
자본주의라는 도구를 들고, 남들보다 조금 다른 방향으로, 조금 다른 속도로 걷겠다는 선택입니다. 그 선택이 만들어 내는 결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이 책의 제목인 ‘양들의 행진’은, 방향 없이 떼 지어 움직이는 집단을 떠올리게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바로 그 행진에서 살짝 비켜 나와, 속도를 늦추고, 무리의 크기를 줄이고,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작게 남겠다는 결심,

성장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그 결심을 구조로 고정해 버리는 집요함.
이 세 가지가 모였을 때, 작은 회사는 비로소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만들고 있는 브랜드,
지금 당신이 준비하는 창업 아이템은
어떤 의미에서 “작게 남기로 결심한 것”일까요.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성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첫 번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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