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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행진 (Sheep Parade)/제7장: 역설의 경영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인간 중심 가치와 철학

7-3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인간 중심 가치와 철학

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AI)의 시대에 기업들은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브랜드 전략, 소비자 신뢰 구축, 가치 중심 경영 등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요구하는 과제는 단순히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지속가능성은 철학이자 가치이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복제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철학적 태도와 공감 능력, 장기적 윤리성을 통해서만 비로소 구현되는 지속가능성의 의미가 있다.

 

철학으로서의 지속가능성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최적화를 빠르게 수행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전략이 아닌 철학으로 이해하는 깊이를 놓치기 쉽다. 인도네시아 목공업에서는 “지속가능성은 전략이 아니라 철학”이라는 관점이 강조된다. 즉 지속가능경영은 한시적 프로젝트나 마케팅 캠페인이 아니라 기업의 존재 이유와 행동 원칙 전반을 관통하는 세계관이다.

 

느리지만 의미 있는 시간

 

예를 들어 패타고니아는 미션을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한다”로 설정하며 품질, 무결성, 환경주의, 정의라는 핵심 가치를 사업 전반에 녹여냈다. 창업자 이본 추이너드는 “우리가 취하는 것, 만드는 시기와 방식, 그리고 낭비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윤리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제품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끊임없이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태도는 AI 알고리즘이 계산할 수 없는 내러티브와 진정성을 기업 문화에 심어준다.

윤리적 시간성과 장기적 관점

지속가능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윤리적 시간성을 내포한다. AI는 현재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고 최적화하지만, 지속가능경영은 미래 세대의 권리와 관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 금융 관점에서 단기 수익만 놓고 보면 ESG 활동은 비용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인간의 윤리적 관점에서는 “미래 세대에게 닥칠 결과”를 먼저 생각하며 행동해야 한다.

 

 

예컨대 타고니아는 “회사가 수십 년 이상 유지되려면 무한 성장을 쫓기보다 의도적 성장(intentional growth)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매일 스스로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묻도록 독려하며, 명확한 가치를 공유하는 조직이 구성원의 헌신과 장기적 지속성을 이끈다고 강조한다.

 

 

공감 중심 설계와 마케팅

AI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지만, 고객의 내면적 감정과 경험을 공감하여 설계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디자인씽킹 관점에서 “공감 기반 디자인은 사용자의 관점을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는 단순히 제품 기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불안과 희망에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설계를 의미한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일방적 홍보가 아닌 진정한 공감을 원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된 브랜드는 단순히 만족스러운 브랜드보다 두 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 즉 브랜드가 고객의 좌절감이나 기대에 공감하고 이를 메시지에 담으면, 경쟁사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감정적 유대가 형성된다.

신뢰의 체화와 인간 중심 지속가능성

신뢰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기업 문화와 행동으로 체화돼야 한다. AI 기반 평가는 신뢰 수준을 제시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진정한 신뢰는 솔직한 태도와 끊임없는 소통에서 나온다. 최근 연구는 “이해관계자들은 진정성에 반응하며, 조직의 윤리적 기반을 신뢰해야 한다”고 말한다.

 

패타고니아는 생산 과정과 탄소발자국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풋프린트 연대기’ 플랫폼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의 실제 환경·사회적 영향을 알려준다. 이런 투명한 정보 제공은 고객이 윤리적으로 informed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고, 결과적으로 신뢰와 충성도를 높인다. 이처럼 기업의 투명성과 일관된 행동은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이는 AI 분석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인적 자산이 된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 중심의 철학 위에 세워져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