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한국 스타트업 90%가 망하는 진짜 이유
첫 번째 함정: 고객이 없는 혁신의 무덤
서울 강남의 한 코워킹스페이스. 늦은 밤 형광등 아래 세 명의 창업자가 열띤 토론을 벌인다. 화이트보드는 복잡한 기술 구조로 가득하고, 노트북 화면에는 수백 줄의 코드가 빼곡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플랫폼이 세상을 바꿀 거라 확신한다. 블록체인과 AI를 결합한 혁신 기술, 특허 출원까지 마친 독창적 알고리즘, 그리고 명문대 출신의 완벽한 팀 조합. 겉보기엔 모든 게 완벽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은 29.2%에 불과하다. 10곳 중 7곳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 뜨거운 열정 뒤에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수많은 꿈이 묻혀 있다.

6개월 후, 그들의 서비스가 세상에 나왔다. 기술적으로 완벽했다. 버그도 거의 없었고, 서버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며칠간은 지인들의 의리 가입이 있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일일 활성 사용자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창업자들은 당황했다. "우리 기술이 이렇게 뛰어난데 왜 사람들이 모를까?"
한국벤처투자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스타트업 실패 원인 1위는 ‘시장 수요 부재’(42%)다.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그 뒤를 자금 부족(29%)과 팀 문제(23%)가 따른다. 그러나 자금 부족도 결국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핵심은 결국 ‘고객’이다.
그들은 단 한 번도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었다. 자신들이 상상한 고객의 문제를 자신들이 좋아하는 기술로 해결하려 했다. 실제로 고객이 겪는 ‘돈을 낼 만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 채였다.
한 조사기관의 결과는 명확했다. 실패한 창업자 500명 중 78%가 “다시 창업한다면 가장 먼저 할 일로 고객 인터뷰를 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성공한 창업자는 평균 127명의 잠재 고객을 만났지만, 실패한 창업자는 18명에 그쳤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 비극은 매일 반복된다. KAIST 박사가 만든 딥러닝 솔루션이, 삼성 출신이 만든 IoT 기기가, 구글 출신이 만든 앱이 시장에서 외면받는다. 이유는 단 하나, “고객이 없다.”
두 번째 착각: 돈이 있으면 성공할 거라는 환상
2022년 봄, 한 스타트업이 시리즈A 투자로 50억 원을 유치했다. 언론은 떠들썩했고, 창업자는 인터뷰에서 “이제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8개월 후, 그 회사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36%가 2년 내 추가 투자에 실패했다. 자금이 들어와도 망하는 것이다.

투자금이 들어오자마자 그들이 한 일은 사무실 이전이었다. 구로의 작은 사무실에서 강남역 인근의 고급 오피스로. 월세 2,000만 원, 인테리어 비용 3억 원. 스탠딩 데스크, 캡슐 커피머신, 안마의자, 탁구대까지. 하지만 매출은 여전히 미미했다.
파인더스의 분석에 따르면, 시리즈A 이후 스타트업의 평균 지출은 380% 증가하지만 매출은 150% 증가에 그친다. 돈이 생기면 실행력이 아니라 소비가 커진다.
인력도 급격히 늘었다. 10명에서 50명으로. 인건비는 월 5억 원에 달했지만 매출은 3,000만 원 수준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건비가 매출의 200%를 넘는 스타트업의 1년 내 폐업 확률이 73%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제품보다 광고를 먼저 했다.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고, TV 광고를 제작했다. 그러나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마케팅은 투자금의 낭비였다. 결국 자금은 바닥났다.
자금이 있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돈은 증폭기일 뿐이다. 잘못된 방향에 돈을 쏟으면 실패도 빨라진다.
세 번째 비극: 친구와 함께 시작한 꿈의 종말
대학 동기 네 명이 술자리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우리가 해보자!” 서로의 손을 잡으며 형제가 되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팀 와해 원인 1위는 ‘역할과 책임의 불명확성’, 2위는 ‘의사결정 부재’, 3위는 ‘비전 충돌’이다. 특히 친구끼리 창업한 팀의 와해율은 일반보다 2.3배 높다.
초기엔 열정으로 버텼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균열이 생겼다. 누가 CEO인가? 투자자들은 명확한 리더를 원했다. 공동대표 체제의 5년 생존율은 18%로, 단독대표보다 현저히 낮다.

만장일치로 모든 결정을 하려다 보니, 아무 결정도 나지 않았다. 주요 결정에 2주 이상 걸리는 스타트업의 실패율은 81%에 달한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첫 위기가 닥쳤을 때, 그들은 싸웠다.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다가 런웨이가 끊겼다. 팀이 깨지는 순간, 회사도 함께 무너졌다.
네 번째 교훈: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자존심의 덫
2021년, 한 O2O 플랫폼 창업자는 매출 정체 속에서도 “비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비전이 회사를 망하게 했다.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CB Insights에 따르면, 성공한 스타트업의 93%는 최소 1회 이상 피벗(pivot)을 했다. 한국은 34%에 그친다. 피벗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다.

위기 신호 후 3개월 내 피벗한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62%, 6개월 후는 31%, 1년 후는 11%. 타이밍이 생사를 가른다. 경쟁사는 세 번의 피벗으로 월 매출 20억 원을 돌파했지만, 그는 자금의 20%만 남은 상태에서 방향을 바꿨고, 이미 늦었다.
피벗은 패배가 아니다. 고집이 진짜 패배다.
다섯 번째 깨달음: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의 덫
서울의 한 네트워킹 행사장. 무대 위에서는 성공한 창업자들이 박수를 받지만, 한쪽 구석에는 과거 스타트업을 접은 창업자가 조용히 앉아 있다.
국제창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실패한 창업자의 재창업 투자 성공률이 첫 창업보다 23% 높지만, 한국은 13% 낮다. 실패를 ‘경험’이 아닌 ‘낙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창업진흥원의 설문에서 실패 경험이 있는 창업자의 72%가 “실패를 숨기거나 축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사회적 시선과 재기 기회 차단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문화가 만드는 결과는 학습 부재다. 한국 스타트업의 67%가 이전과 같은 이유로 다시 실패한다. 실리콘밸리 창업자의 89%가 실패를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반면, 한국은 21%에 불과하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은 있다. 한 실패한 창업자가 자신의 실패를 온라인에 공개하자 50만 명이 읽었고, 수백 명의 창업자가 연락했다. 그 글을 보고 피벗을 결심한 창업자 중 42%가 회생에 성공했다.
결론: 실패율 90%의 나라, 그러나 가능성은 100%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의 10년 생존율은 10.7%, 즉 89.3%가 사라진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절망이 아니라 학습의 지표다.
한국의 창업 기업 수는 역대 최고치인 142만 개를 기록했고, GDP 대비 벤처투자 비율은 미국과 중국을 앞섰다. 유니콘 기업도 18개로 늘었다. 실패율은 여전하지만, 도전의 규모와 속도는 커지고 있다.
유니콘 창업자 18명 중 13명이 이전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는 그들을 약하게 만든 게 아니라 단단하게 만들었다. 실패는 창업의 필수 과목이다.

한국 스타트업이 겸손을 배워야 할 대상은 시장이다. 고객 앞에서, 동료 앞에서, 변화 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결국 무너진다. 완벽한 기술보다 겸손한 경청이 더 큰 힘을 가진다.
오늘도 누군가는 사표를 쓰고 창업을 시작한다. 매일 3,890개의 새로운 기업이 생기고, 3,501개가 문을 닫는다. 그럼에도 도전은 계속된다.
창업은 영웅이 되는 길이 아니다. 90%는 실패하지만, 그 실패가 10%의 성공을 만든다. 그리고 그 10%의 성공이 세상을 바꾼다.
“나는 세 번 실패한 창업가다.”
이 말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 될 때, 한국 스타트업의 진짜 성장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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