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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행진 (Sheep Parade)/제2장: 고객의 배신

데이터가 하는 거짓말

2-2. 데이터가 하는 거짓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왜 만들면 안되는가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등불이지만, 그 빛만 따라가면 발밑의 턱에 걸려 넘어질 때가 많습니다. 숫자는 무엇을 보여주지만, 왜를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그 간극을 다룹니다.

 

The Ideal Self vs The Real Self (Survey vs Purchase Moment)

 

1. 숫자가 맞아도 사람이 틀릴 수 있다

2011년 넷플릭스는 파일럿도 없이 하우스 오브 카드를 한 시즌 통째로 주문했습니다. 겉보기엔 무모했지만, 그들은 단순한 히스토리컬 데이터 이상의 것을 봤습니다. 구독자들이 어떤 톤, 어떤 감독의 호흡, 어떤 배우의 캐릭터에 끌리는지—숫자 뒤의 맥락과 이유를 해석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죠.

반면 퀴비(Quibi)는 “모바일·숏폼·프리미엄”이라는 조사 결과와 높은 사전 의향을 믿고 론칭했지만, 실제 결제 앞에서 사람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택했습니다. 설문은 우리가 되고 싶은 이상적 자아를 드러내고, 지갑은 현실의 자아가 결정합니다. 데이터 그 자체가 틀렸다기보다, 사람과 장면을 빼고 숫자만 본 해석이 빈틈이었습니다.

2. 데이터는 패턴을, 비즈니스는 맥락을 본다

검색어로 독감 유행을 예측했던 프로젝트가 큰 오차를 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독감”을 검색했다고 모두 환자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뉴스 노출, 제안어, 공포 심리 같은 맥락이 데이터를 밀어 올립니다. 숫자는 패턴을 쌓지만, 원인과 의미는 따로 캐야 합니다.

 

패턴 대 컨텍스트(구글 독감 유행 오류)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응답한 사람과 투표한 사람이 다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답” 이 실제 행동과 어긋납니다. 더구나 무응답·이탈 집단은 데이터베이스에 남지 않습니다. 시장의 중요한 조각이 침묵 속에 사라지는 셈입니다. 듣기 좋은 분석 일화(소위 ‘맥주와 기저귀’ 전설)가 재현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종종 원한 이야기를 사실처럼 소비합니다.

3. 최적화의 함정과 ‘보이지 않는 것’

A/B 테스트는 버튼 색과 문구처럼 국소 최적화에는 유용합니다. 하지만 제품 개념의 도약은 다른 문제입니다. 매걸음 높은 곳만 밟다 보면 작은 봉우리에서 길을 잃습니다. 혁신은 때로 지도 전체를 바꾸는 결정에서 나옵니다.

 

생존 편향 (돌아온 비행기 vs 잃어버린 비행기)

 

또 하나의 흔한 착시는 생존 편향입니다. 설문을 끝까지 한 사용자, 계속 남아 있는 고객만 보면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즉 무응답과 이탈의 이유—를 놓칩니다. 평균의 환상도 경계해야 합니다. “조금 불편한 100명”과 “매우 분노한 1명”이 데이터상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비즈니스 충격은 전혀 다릅니다. 알고리즘 추천 역시 소비를 만들고 소비가 다시 추천을 강화해, 새로운 취향을 만날 가능성을 줄입니다. 그래서 의도적 탐색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팀과 제품의 품질을 가르는 요소 가운데는 숫자로 재기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심리적 안전감,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 0.1mm의 곡률 같은 디테일은 스프레드시트로 설명되지 않지만, 사용 경험을 크게 바꿉니다.

 

 

알고리즘 케이지 (추천 루프 대 탐험)

 

4. 숫자 뒤의 인간을 읽는 네 가지 실천

  1. 이탈·무응답을 추적하라: 남은 사람만 보지 말고, 가입하지 않은 이유·장벽·비구매 사유를 체계적으로 수집합니다.
  2. 맥락을 붙여라: 동일한 수치도 상황·대안·의도가 다르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로그 옆에 현장 관찰과 인터뷰 메모를 병기하세요.
  3. 정성×정량을 겹쳐라: 퍼널·세션 리플레이·코호트와 사용자의 언어·감정 신호를 함께 읽을 때 문제가 선명해집니다.
  4. 데이터로 질문하고 비전으로 답하라: 숫자는 출발점입니다. 마지막 선택은 장기 가치, 브랜드 일관성, 고객 신뢰가 해야 합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데이터는 도구이고, 목적은 고객 이해입니다. 숫자를 그대로 재현하려 애쓰기보다, 숫자 뒤의 맥락·욕망·장벽을 읽어내는 조직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