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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Think)/사람 (Human)

명품 가방 대신 경험을 사는 시대 2026 럭셔리 트렌드

 

 

2026 럭셔리 트렌드: 명품 가방 대신 경험을 사는 시대가 온다

McKinsey와 Bain 최신 리포트로 본 럭셔리 시장의 근본적 변화 - 에르메스는 성장하는데 루이비통은 왜 주춤할까?
글로벌 럭셔리 시장 분석 | 경험 경제 트렌드 | 2026 소비 전망

뉴욕 매디슨 애비뉴를 걷다 보면 놀라운 광경을 마주한다. 7층짜리 빌딩 전체가 거대한 여행 트렁크로 뒤덮여 있다. 루이비통이 공사 중인 매장의 '가림막'으로 설치한 것인데, 제작 기간만 6개월, 비용은 서울의 소형 빌딩 여러 채를 살 수 있는 수준이다. 단순한 공사 가림막에 이 정도 투자를 할 이유가 있을까? 있다. 이것은 가림막이 아니라 선언이다. 명품의 미래는 '가방'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2024년 말, 글로벌 컨설팅 기업 Bain & Company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전 세계 명품(Personal Luxury Goods) 시장이 -2% 역성장했다는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코로나19를 제외하면) 그런데 같은 시기, 고급 호텔과 여행 부문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사람들이 갑자기 가난해진 것도 아니고, 명품에 대한 욕망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단지 욕망의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가방과 시계에서, 여행과 경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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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말하는 변화: Bain과 McKinsey의 진단

트렌드는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다. 그리고 데이터는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 현황 (Bain & Company, 2024-2025)

• 2024년 개인 명품(가방·시계·의류) 시장: 전년 대비 -2% 역성장
• 중국 명품 시장: -20~22% 급락 (€45 billion으로 축소)
• 럭셔리 경험(호텔·여행·파인다이닝): 지속적 플러스 성장
• 2025년 전망: 0~4% 완만한 회복 예상
• 장기 전망(~2030): 물건보다 경험에 집중한 브랜드가 승자 될 것

McKinsey는 한 발 더 나아간다. 2025년 1월 발표한 'The State of Luxury' 리포트에서 이들은 2024-2027년 럭셔리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9~2023년 5%의 고속 성장에 익숙했던 업계로선 충격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모든 브랜드가 고전하는 건 아니라는 것. Bain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성장한 브랜드는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1년 전에는 3분의 2가 성장했었다. 즉,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에르메스의 역설: 왜 가장 비싼 브랜드가 가장 잘 팔릴까?

2024년 2분기,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고전하는 와중에 에르메스는 +13% 성장을 기록했다. LVMH와 Kering이 "어려운 시장 환경"을 언급하며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할 때, 에르메스는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 그리고 더 잘 팔렸다.

경제학에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이다. 에르메스가 정확히 이 지점에 있다. 버킨백을 사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하고, 그 희소성이 다시 욕망을 증폭시킨다.

반면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는 어떤가? 이들은 '접근 가능한 럭셔리(Accessible Luxury)'를 표방하며 규모를 키웠고,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은? 루이비통과 구찌 모두 역성장 국면이다. '너무 흔해진' 명품은 더 이상 명품이 아니게 된 것이다.

 

양극단 소비

 

현대백화점 압구정에서 목격한 풍경

어느 주말 오후, 압구정 현대백화점 명품관을 방문했다. 에르메스와 샤넬, 디올, 까르띠에 앞에는 여전히 줄이 길다. 대기 번호표를 뽑고 30분, 1시간씩 기다린다.

그런데 불과 3년 전만 해도 입장 대기가 일상이었던 루이비통과 구찌 매장 앞은? 한산하다. 들어가려면 그냥 들어가면 된다. 판매사원들이 적극적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이것이 바로 '양극화'다. 최고급(Ultra Luxury)과 그 아래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중간 지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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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새로운 명품이 된 이유

인스타그램을 열어보라. 인플루언서들이 자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명품 가방? 시계? 아니다. 몰디브의 수상 빌라,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 파리 르메리디앙 에펠 타워 뷰 객실, F1 그랑프리 VIP석. 오프라인 경험이다.

 

경험 수집가의 상징의 시각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정작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디지털이 아닌 물리적 경험이라는 역설.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에서의 성취는 너무 쉽게 복제되고, 조작되며, 의심받는다. 하지만 '직접 경험한 것'은 다르다.

경험은 짝퉁이 없다

가짜 루이비통 가방은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홍콩이나 동대문에 가면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운 고급 모조품들이 넘친다. 하지만 가짜 경험은? 불가능하다.

"나 아만 리조트 다녀왔어"라고 말하면, 대화는 시작된다. "어디 있는 아만? 뭐 먹었어? 방은 어땠어? 서비스는?" 디테일을 물어본다. 그 디테일에서 진짜와 가짜가 구별된다.

안 가본 사람은 절대 말할 수 없는 그 디테일.

바로 이것이 경험이 새로운 위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무엇을 가졌는가"로 계급이 나뉘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경험했는가"로 나뉜다. 그리고 이것은 더 은밀하고, 더 정교하며, 더 깨기 어려운 구분선이다.

비판적 시각: 경험도 결국 계급의 도구

경험 소비의 부상을 낭만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계급 구분 메커니즘이다.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지적했듯이, 취향과 경험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계급을 재생산하는 도구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경험 격차는 물질적 격차보다 더 견고하다는 점이다. 가방은 나중에라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미술관을 다니고, 클래식 음악을 듣고,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성인이 되어서 메우기 어렵다. 경험은 시간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LVMH의 전략 전환: 물건에서 경험으로

루이비통의 모기업 LVMH는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이다. 이들의 움직임을 보면 업계의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리고 LVMH는 명확하게 '경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2년, LVMH는 벨몬드(Belmond)를 인수했다. 벨몬드는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같은 호화 열차, 크루즈, 고급 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회사다. 가방과 시계를 파는 회사가 왜 열차 회사를 샀을까?

답은 간단하다. 미래의 럭셔리는 '소유'가 아니라 '경험'이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자신들의 뿌리가 여행 트렁크였음을 상기시키며, 19세기 유럽 귀족들이 호화 열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던 그 경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벨몬드의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1박에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예약은 몇 개월 전에 끝난다.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판다.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의 경험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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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 리조트: 경험 사치의 교과서

경험 사치를 이해하려면 아만(Aman)을 이해해야 한다.

1988년 태국 푸켓의 작은 부티크 리조트로 시작한 아만은 이제 20개국 36개 리조트를 운영하는 글로벌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그룹이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규모가 아니라 수익성이다.

Aman Resorts 핵심 지표 (2024-2025)

• 평균 객실 가격(Portfolio-wide ADR): $3,500/박
• 주요 속성(Aman Tokyo, Amanpuri 등): $5,000+/박
• 평균 객실 점유율: 85% (초고가임에도)
• 재방문 고객 비율: 68% (업계 최고 수준)
• Aman Residences의 전체 매출 기여도: 45%
• 일반 고급 부동산 대비 프리미엄: 30-50%
• 2025년 추가 투자 유치 목표: $2 billion
• 개발 중인 프로젝트: 23개 호텔

이 숫자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낸다는 것이다. 1박에 500만 원이 넘는 방에, 재방문율이 68%다. 한 번 경험한 사람들이 계속 돌아온다.

"Aman Junkies"의 탄생

아만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Aman Junkie"라는 말이 있다. 전 세계 36개 아만 리조트를 모두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아만은 단순한 숙박이 아니다. 수집해야 할 경험이다.

블랙핑크 제니가 미국 유타주 사막의 Amangiri에 머물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 그것은 수십만 명의 팔로워들에게 "나도 언젠가는"이라는 욕망을 심었다. 과거에는 몰라서 욕망하지 않았던 것을, 이제는 알게 되어 욕망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부자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일생에 한 번, 중요한 기념일에, 수년간 저축해서 아만에 간다. 그 한 번의 경험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30대 마케터 김수진(가명) 씨의 이야기

"저는 명품 가방 하나도 없어요. 시계도 애플워치 쓰고, 차도 없고, 강남에 집도 없어요. 근데 작년에 발리 Amandari에서 3박 했어요. 총 비용 1,200만 원. 제 연봉의 거의 1/4이죠."

"친구들은 미쳤다고 했어요. 그 돈이면 명품 가방 몇 개 사고, 뭐 살 거 많다고. 근데 그 3박 4일이 제 인생에서 가장 완벽한 시간이었어요. 매일 아침 무한 수영장에서 일출을 보고, 발리 전통 마사지 받고, 프라이빗 디너 즐기고... "

"그 경험을 이야기하면, 사람들 반응이 달라요. '와, 너 진짜 아만 가봤어?' 이렇게 되죠. 명품 가방 들고 다니는 건 이제 흔하잖아요. 근데 아만은 아직 특별해요. 그리고 그게 저를 특별하게 만들어줘요."

김수진 씨의 이야기는 개별 사례지만, 트렌드를 보여준다. 선택적 집중(Selective Intention). 한정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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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집중: 다이소와 미슐랭을 동시에

왜 다이소와 무신사가 잘될까? 그들의 고객은 가난한 사람들일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다이소에서 생활용품을 사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미슐랭 레스토랑에 정기적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무신사에서 3만 원짜리 티셔츠를 사는 사람이, 일본 도쿄에 오마카세 먹으러 비행기를 탄다.

이것이 모순일까? 전혀 아니다. 지극히 합리적이다. 한쪽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쪽을 포기하는 것이다.

중간의 소멸: 매스티지 브랜드의 몰락

10년 전, '매스티지(Masstige)'라는 말이 유행했다. Mass(대중)와 Prestige(명품)의 합성어. 코치, 마이클 코어스, 케이트 스페이드 같은 브랜드들이 이 포지셔닝으로 크게 성공했다. "명품은 명품인데, 좀 더 접근 가능한."

2025년 현재, 이 브랜드들의 매출은 어떤가? 10년 전의 절반도 안 된다. 코치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시도했지만 고전 중이고, 마이클 코어스는 실질적으로 아울렛 브랜드가 되었다.

왜? 중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생각한다. "차라리 다이소에서 사고 그 돈으로 에르메스를 저축하거나, 좋은 여행을 가겠다." 어중간한 명품은 이제 양쪽 모두에게 매력이 없다.

명품 시장 내부의 양극화 (2024-2025)

▲ 상승 중:
• 에르메스: +13% (Q2 2024), 가격 인상에도 불구 성장
• 샤넬: 견조한 성장세 유지
• 디올: 플러스 성장

▼ 하락 중:
• 루이비통: 역성장 전환
• 구찌: -20% 급락 (Kering 전체)
• 프라다: 회복 시도 중이나 부진

✕ 몰락:
• 매스티지 브랜드들: 매출 반토막 이상

시장은 바벨(Barbell) 모양이 되고 있다. 양극단만 살아남고, 중간은 공동화된다. McKinsey가 수년 전부터 경고했던 현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YONO를 넘어: 전략적 미니멀리즘

YONO(You Only Need One), 무지출 챌린지, 가성비 소비. 이런 트렌드들을 단순히 '돈이 없어서' 하는 행동으로 보면 안 된다. 이것은 자원의 전략적 재배치다.

옷은 무신사나 유니클로에서 해결한다. 생활용품은 다이소와 이케아. 자동차는 포기하거나 중고. 대신, 연 1-2회 해외여행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도 최고급으로. 미슐랭 레스토랑은 분기당 1회. 연말에는 특별한 경험에 큰돈을 쓴다.

이들은 가난하지 않다.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이 만족도를 극대화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중산층 시장의 공동화

선택적 집중은 개인에게는 합리적이지만, 경제 전체로는 문제다. 중간 가격대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붕괴하고 있다. 그것은 곧 중산층 일자리의 소멸을 의미한다.

백화점에서 중가 브랜드들이 사라지고, 레스토랑에서 중간 가격대 메뉴가 사라진다. 2만 원대 런치와 20만 원대 파인다이닝만 남고, 5~10만 원대 레스토랑은 고전한다.

이것은 사회의 '중간'이 사라지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소비의 양극화는 결국 사회의 양극화를 반영하고, 동시에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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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의 베팅: 여행이 새로운 VIP 비즈니스다

한국 백화점 업계에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2024년, 신세계백화점이 여행업에 진출했다. 한국에는 이미 2만 개가 넘는 여행사가 있다. 종합여행사만 9,000개. 이 포화 시장에 백화점이 뛰어든 이유는?

답은 VIP다.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의 45%(2024년 기준)가 VIP에서 나온다. 2020년에는 31%였다. 불과 4년 만에 14%p 증가. 이 추세대로라면 2025년에는 50%에 육박할 것이다.

백화점은 더 이상 일반 대중을 위한 유통 채널이 아니다. VIP 관리 플랫폼이다. 그리고 VIP들에게 매년 수천만 원어치의 명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연 1-2회 고가의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신세계 여행의 F1 아부다비 패키지

2024년 F1 아부다비 그랑프리 패키지: 1인당 2,500만 원~3,500만 원. 포함 사항:

  • VIP 좌석 (3일간)
  • 5성급 호텔 숙박
  • 전용 의전 서비스
  • 드라이버 만남의 시간 (운이 좋으면)
  • 공연 및 이벤트 티켓
  • 왕복 비즈니스 항공권

이 상품이 완판되었다. 그리고 모든 구매 금액은 백화점 VIP 포인트로 적립된다.

VIP 자격을 유지하려면 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써야 한다. 매년 명품 가방 5~10개를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이런 여행을 1회 다녀오면? 한 번에 VIP 자격이 연장된다.

 

시장 전체의 상향 평준화

신세계의 여행 사업 진출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시장 전체의 가격대를 재설정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에서 1인 1,000만 원 이상의 여행 상품은 극소수였다. 있어도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신세계라는 강력한 유통 채널과 브랜드가 이 가격대를 '정상'으로 만들면?

다른 백화점들도 따라온다. 롯데, 현대, 갤러리아. 그러면 기존 여행사들도 중상급 상품을 확대한다. 시장 전체가 상향 조정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수천만 원짜리 프리미엄 여행과 백만 원대 패키지 여행 사이의 중간 지대가 사라진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수익성 높은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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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과 인디 브랜드: 개성의 시대

올리브영은 왜 항상 사람으로 가득할까?

올리브영은 단순히 화장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 개인 맞춤형 뷰티 솔루션을 탐색하는 실험실이다. 수백 개의 인디 브랜드 중에서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내는 공간.

과거에는 어땠나?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 브랜드 몇 가지면 충분했다. "대기업 제품이니까 믿고 쓴다." 그런데 지금은?

"엄마 브랜드"의 퇴조

20대 여성에게 물어보라. "설화수나 후 써봤어?" 대답은 이렇다. "그거 우리 엄마가 쓰는 건데?"

세대 간 브랜드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 기성세대가 신뢰하는 브랜드를 젊은 세대는 '구식'으로 본다. 오히려 자신이 직접 발굴하고 검증한 인디 브랜드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백화점의 팝업스토어를 보라. 40~50대에게는 생소한 브랜드들이 줄지어 입점한다. 그리고 2030세대는 그곳에 줄을 선다. 이들에게 그 브랜드는 '나만 아는 특별한 것'이다.

K-뷰티와 ODM의 부상

• 한국 화장품 시장의 인디 브랜드 점유율: 2020년 15% → 2024년 35%
• 코스맥스(ODM 기업) 매출: 연평균 20% 이상 성장
• 올리브영 전체 매출 중 인디 브랜드 비중: 40% 이상
• K-뷰티 수출: 인디 브랜드의 다양성이 핵심 경쟁력

이 현상은 화장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패션, 식품, 인테리어,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에게 맞는 것"을 찾는 욕구가 대량생산된 표준화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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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다이닝의 역설: 왜 한국에서는 어려운가

흥미로운 모순이 있다.

경험 사치가 대세라면서, 왜 한국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고전할까? 미슐랭 가이드가 서울에 진출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안성재 셰프의 '모수' 같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파인다이닝이 안정적 수익을 내지 못한다.

부동산 부자 vs. 소비 부자

한국의 부(富)는 특이하다.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강남에 아파트 몇 채 보유한 사람들이 부자다. 하지만 그들이 파인다이닝에 매주 수십만 원을 쓰냐? 아니다.

여행은 다르다. 연 1-2회, 큰맘 먹고 수천만 원을 쓴다. 그것은 '이벤트'다. 하지만 레스토랑은? 일상적 소비다. 매주, 매월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안정적 현금흐름을 가진 부유층이 생각보다 적다.

파리, 도쿄, 뉴욕의 파인다이닝은 왜 성공하나? 그곳에는 '소비 부자'가 충분히 많다. 매주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것이 일상인 계층이 두텁다. 한국은? 아직 그 층이 얇다.

한국적 부의 성격

한국은 압축 성장을 통해 빠르게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돈을 쓰는 문화'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 부를 과시하는 방식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얼마나 멋지게 쓰는가'는 아직 주류 가치가 아니다.

이것은 점진적으로 변할 것이다. 영앤리치 세대가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고, 올드머니 문화에 대한 동경이 확산되면서, 소비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인다이닝 시장의 성숙도는 결국 한국 사회의 소비 문화 성숙도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지금은 과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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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앤리치의 새로운 기준: 부모 세대와의 단절

코인으로, 주식으로, 창업으로 돈을 번 젊은 부자들이 있다. 이들은 기성 부자들과 다르게 소비한다.

첫째, 브랜드 충성도가 없다. "루이비통? 우리 부모님 세대가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이들은 자신이 직접 발굴한 브랜드에 더 가치를 둔다.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만나는 생소한 이름의 브랜드. 그것이 '우리 세대의 럭셔리'가 된다.

둘째, 올드머니를 동경한다. 하지만 기성 부자들의 올드머니가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진짜 올드머니. Brunello Cucinelli, Loro Piana, The Row.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브랜드.

셋째, 경험을 컬렉션한다. 전 세계 아만 리조트 35개를 다 가보는 것,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50곳 방문, 주요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 관람. 이것이 이들의 '버킷리스트'다.

"나는 명품 가방을 모으지 않는다.
나는 경험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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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그리고 그 너머: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트렌드를 이해했다면, 이제는 대응이다.

1. 경험을 메시지의 중심에 두어라

나이키는 신발을 팔지 않는다. 달리기의 경험을 판다. Nike Running Club, Nike Marathon 시리즈. 제품은 그 경험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루이비통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가방의 기능을 강조하지 않는다. 여행, 탐험, 발견. 그 경험을 판다. 가방은 그 여정의 동반자.

2. 양극단 전략: 중간을 버려라

최고급(에르메스) 아니면 가성비(다이소). 중간(매스티지)은 죽어가고 있다. 기업은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두 가지 모두 할 수 있다. 단, 별도의 브랜드로. 아만이 '자누(Janu)'라는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브랜드를 만든 것처럼.

3. 세대별 완전히 다른 전략

50대와 20대는 다른 나라 사람이다. 같은 제품, 같은 메시지로는 안 된다. 브랜드를 나누거나, 전혀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4. 희소성과 진정성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경험은 가치가 떨어진다. 제한하라. 대기 리스트를 만들어라. 선택받는 느낌을 주어라.

그리고 진정성. 가짜는 금방 들통 난다. 특히 경험에서는. 진짜 장인, 진짜 역사, 진짜 문화. 그것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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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026년은 경험 사치(Experience Luxury)의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다. 가치관, 정체성, 계급 구분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이것은 더 풍요로운 삶의 가능성이다. 물건을 축적하는 것보다 경험을 쌓는 것이 인생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비판적으로 보면,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다. 경험 격차는 물질적 격차보다 더 깊고, 더 회복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다이소에서 장을 보고 아만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 무신사에서 옷을 사고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 이것이 모순이 아니라 전략임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경험을 '소유'하지 말고 '경험'하는 것.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한 경험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경험.

2026년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모으며 살고 싶은가? 명품 가방 10개인가, 잊을 수 없는 경험 10개인가?

답은 당신이 정한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답했다. 그리고 그 답은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