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자신만의 길: AI 시대, 완벽함을 거부한 기업들의 실험
AI 시대, 전략의 ‘완벽함’은 더 이상 차별성이 되지 못한다. 모두가 같은 알고리즘, 같은 분석 체계, 같은 ‘최적의 전략’을 들고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25년, 88%의 마케터가 AI를 사용하고 78%의 조직이 AI 기반 기능을 도입했다. 전략은 점점 평준화되고 있다.

특히 2024년 구글 알고리즘 업데이트 이후, 편집되지 않은 AI 콘텐츠를 쓰던 사이트들은 트래픽이 40~60% 감소했다. ‘완벽한 전략’이 오히려 브랜드를 비슷하게 만들고, 차별성을 없애는 순간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세 브랜드가 있었다. Lush, Trader Joe’s, ALDI.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완벽한 전략’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택했다.
1. Lush: 알고리즘 대신 향기를 선택하다
Lush는 2021년, Instagram 800만 팔로워를 포함한 모든 주요 SNS에서 철수했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우리는 고객을 해로운 알고리즘 환경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 이 결정은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윤리적 선택이었다.

2024년 회계연도는 매출 5% 감소, 세전 손실 3,450만 파운드로 재정적으로는 아쉬웠다. 하지만 내부 성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말한다.
- 매장 판매: 전년 대비 54.4% 증가
- 앱 사용자 175만 명, 뉴스레터 구독자 600만 명
- 슈퍼 마리오 콜라보 1,000만 파운드 수익
- 원피스 협업: 디지털 고객 71% 증가
Lush는 SNS를 버렸지만, 대신 매장 경험과 감각적 브랜드 자산을 강화했다. 고객은 알고리즘이 아닌 향기, 촉감, 대화를 통해 브랜드를 경험한다.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위해 옳은 선택을 한다”는 철학적 기반이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었다.
2. Trader Joe's: 느림이 빠름을 이기는 순간
Trader Joe’s는 AI 시대의 ‘정반대’를 선택했다. 고객 데이터도 수집하지 않고, 온라인 판매도 없고, 배달·픽업도 없다. 셀프 체크아웃도 없고, 디지털 스크린도 매장에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고객을 추적하지 않습니다.”
모든 소매업이 디지털 최적화에 몰두할 때, Trader Joe’s는 오히려 인간적 경험을 강화했다.

- 연 매출 165억 달러
- 평방피트당 매출 2,200달러(업계 최고 수준)
- 2024년 방문객 6.2% 증가
- 팬데믹 시기에도 온라인 기능 없이 완전 회복
Trader Joe’s 직원들은 알고리즘이 아닌 ‘대화’로 추천한다. 고객은 예상치 못한 발견을 경험하며 브랜드 충성도가 쌓인다.
이 선택은 고집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 그 자체다. “기술이 인간적 경험을 가로막는 순간, 브랜드는 힘을 잃는다.” Trader Joe’s는 느리지만 정확하게 자신만의 길을 택했다.
3. ALDI: 실용주의자의 선택
ALDI는 Lush나 Trader Joe’s처럼 디지털을 거부한 기업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ALDI는 철학이 아니라 비용 효율성을 기준으로 디지털을 최소화해 왔다.

그러나 시장 변화에 따라 디지털을 적극 도입 중이다.
- Spryker와 협업해 자체 이커머스 구축
- 미국 전역 배달·픽업 서비스 확대
- 무인 매장 Shop & Go 실험
- 2025년 225개 신규 매장 계획
ALDI는 ‘거부’가 아닌 ‘필요한 만큼의 선택’을 해온 실용주의자다. 효율성을 위해 디지털을 최소화했을 뿐, 그 원칙이 Lush나 Trader Joe’s처럼 철학적이진 않다.
즉, ALDI의 디지털 전략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변수이고, 그 자체가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지는 못한다.
결론: 완벽함은 복제되지만, 불완전함은 유일하다
AI는 우리에게 ‘완벽한 전략’을 제공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 전략을 사용하면 전략은 차별성을 잃는다.
Lush는 윤리를, Trader Joe’s는 인간을, ALDI는 효율을 선택했다. 세 기업의 선택은 하나의 진실을 말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무엇을 더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과감히 하지 않을 것인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Lush는 SNS를 버리고 향기를 채웠다. Trader Joe’s는 온라인을 버리고 대화를 채웠다. ALDI는 불필요한 디지털을 버리고 효율을 채웠다.

AI가 모든 답을 알려주는 시대. 이제 중요한 것은 AI가 알려주지 않는 질문, 즉 당신만의 길을 정의하는 질문이다.
명확한 전략보다 확고한 철학이 중요한 시대. 그 철학이 만들어낸 ‘불완전한 길’이 가장 완벽한 전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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