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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행진 (Sheep Parade)/제4장: 실패의 자산화

AI가 완벽을 만든 뒤, 세상은 실수에 열광할 것이다.

4.4 AI가 완벽을 만든 뒤, 세상은 실수에 열광할 것이다.

듀오링고·리틀 문스·잭슨스 비프 저키

인공지능이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설계하는 시대가 되었다. 광고 문구, 타깃 설정, 캠페인 일정까지 AI가 추천해 주면서 많은 기업이 비슷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요즘 소비자의 머릿속에 남는 브랜드는 매끄럽게 최적화된 곳보다 어딘가 삐끗한 흔적이 있는 곳인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실패와 실수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브랜드 자산을 키운 세 가지 사례, 듀오링고(Duolingo), 리틀 문스(Little Moons), 잭슨스 비프 저키(Jackson’s Beef Jerky)를 살펴본다. 세 브랜드가 어떻게 “지우고 싶은 오류”를 “돈이 되는 서사”로 바꾸었는지, 그리고 이 과정이 왜 AI만으로는 설계하기 어려운지 짚어 본다.


1. 완벽한 효율의 시대, 왜 어긋난 것들이 돈이 되는가

요즘 회의실에서 AI 없는 마케팅 논의를 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전략이 “데이터로 검증된 안전한 선택”으로 귀결된다. 인공지능은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클릭률이 낮은 문장은 지워지고, 이탈이 많은 화면 구성은 빠르게 정리된다. 남는 것은 “평균적으로 무난한” 결과물이다.

 

AI 최적화 vs 인간적 실수의 대비

 

문제는 브랜딩의 차별점이 점점 이 평균 바깥에서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고객에게 살짝 불편한 알림, 공장이 버거워하는 주문, 처음엔 “망했다”고 느꼈던 실수에서 오히려 브랜드의 개성이 드러난다. 일부러 속도를 늦추는 생산 방식, 고객에게 조립을 맡기는 서비스, 완벽하지 않은 디자인이 팬덤을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은 이런 움직임을 “나중에” 분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돌아가는 길을 택하겠다고 선언하는 일, 약간의 손해와 비효율을 껴안고 가겠다고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 글에서 다룰 듀오링고, 리틀 문스, 잭슨스 비프 저키는 모두 그런 결정을 실제로 해 본 브랜드이다. 세 회사는 오류처럼 보였던 지점을 서둘러 없애지 않았고, 그 흔적을 브랜드의 얼굴까지 끌어올렸다.


2. 알림을 지우지 않고 캐릭터로 키운 듀오링고

듀오링고는 “언어 학습 앱”이라는 설명만 보면 평범하다. 그러나 실제 이용자에게 듀오링고는 집요하게 쫓아오는 초록색 부엉이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레슨을 하루만 건너뛰어도 “오늘은 수업 안 하냐”라고 묻는 푸시 알림 때문에 “협박하는 앱”이라는 농담까지 따라붙는다.

UX 교과서만 보면 실패에 가깝다. 알림 피로, 정서적 거부감, 앱 삭제 요인이다. 인공지능 기반 개인화 시스템에 맡겼다면, 부정적 반응이 많은 문구는 제거되고 점점 무난한 어조로 수렴했을 가능성이 높다.

 

집요한 알림과 웃으며 버티는 사용자

 

듀오링고는 반대로 움직였다. 이용자들이 만든 “무서운 부엉이” 밈을 공식 계정에서 재생산했고, 틱톡에서는 부엉이가 사무실을 돌아다니고, 셀럽을 집착적으로 쫓아다니는 영상까지 올렸다. 마스코트를 망가뜨리는 이 전략은 위험해 보였지만, 결과는 명확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와 매출이 동시에 성장했고, “괴롭지만 웃긴 앱”이라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다.

2025년에는 부엉이의 죽음을 설정한 가짜 부고 캠페인까지 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 콘셉트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죽음 관련 농담이 민감한 문화권에서는 스스로 멈췄다. 같은 이벤트 안에서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직접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는 데이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층위가 있다. 듀오링고는 “사용자가 불평하는 알림”을 단순한 오류로 보지 않았다. 욕을 먹더라도 놀이로 전환해 보겠다는 태도를 선택했고, 문화적 경계선은 사람이 직접 그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듀오링고의 알림은 단순 기능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이 되었다.


3. 틱톡 바이럴과 공장 셧다운 사이에서 방향을 고른 리틀 문스

리틀 문스는 원래 “아는 사람만 아는” 모치 아이스크림이었다. 런던의 작은 회사로 시작해 레스토랑과 프리미엄 마켓에 납품하던 로컬 브랜드였다.

전환점은 2021년 틱톡이었다. “빅 테스코에서 리틀 문스를 찾아본다”는 영상이 올라오면서 해시태그 조회 수가 순식간에 억 단위로 불어났다. 영국 주요 마트에서 매출이 수 배 이상 뛰었고, 냉동 진열대는 자주 비어 있었다. 소비자들은 “있을 때 사야 하는 간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산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갑작스러운 수요 폭발로 공장은 한계에 가까워졌고, 품질과 물량을 동시에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회사는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터링에 새 공장을 짓는 결정을 내렸다. 데이터만 보면 자연스러운 확장이었다.

 

리틀 문스: 텅 빈 냉동 진열대와 사람들의 열기

 

문제는 새 공장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동 지연, 비용 초과, 기술적 문제로 운영 리스크가 커졌고, 결국 리틀 문스는 이 공장을 닫기로 했다. 숫자만 보면 성장과 실패가 섞인 거친 롤러코스터였다.

리틀 문스는 이 실패를 숨기지 않았다. 창업자는 “틱톡 이후 회사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고, 공장 폐쇄와 재정비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동시에 B-Corp 인증을 얻으며 원래 지키고자 했던 기준을 다시 강조했다.

틱톡 알고리즘은 몇 주 만에 브랜드를 스타로 만들지만, 공장은 해를 단위로 움직인다. 이 속도 차이에서 실패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이 실패를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어디에 기준을 둘지 몸으로 배운다는 점이다. 이 감각은 단순한 데이터 업데이트가 아니라, 시간을 통과한 조직의 기억에 가깝다.


4. 잘못 구운 육포와 고집이 남긴 것: 잭슨스 비프 저키

잭슨 바리스는 미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부모가 비건 식단을 시작하자 “좋아하는 육포를 직접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집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첫 번째 실수는 도구 선택에서 나왔다. 대부분 육포는 건조기에서 말리지만, 그는 집에 있는 오븐을 사용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육포와 전혀 다른 식감, 스테이크를 얇게 구운 듯한 촉촉한 제품이었다. 처음에는 “레시피를 잘못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보통은 정석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잭슨은 주변 반응을 보고 이 실수를 유지하기로 했다. 친구들은 “이 버전이 더 맛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어긋난 결과를 브랜드의 기준으로 삼았다.

 

잭슨스 비프 저키_오븐 앞 고등학생의 실수 실험

 

그는 재생 농업을 하는 농가의 소고기를 선택했고, 일반 육류보다 몇 배 비싼 원재료를 감수했다. 3.5온스에 20달러라는 가격도 그대로 책정했다. 투자 제안이 들어왔지만, “돈만 보고 의사결정을 재촉하는 구조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인공지능이 설계한 최적화 프레임으로 보면 거의 모든 칸에 경고등이 켜지는 선택이다. 비싼 원재료, 느린 공정, 높은 가격, 제한된 유통망. 그럼에도 잭슨스 비프 저키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을 타며 리스톡 때마다 빠르게 품절되는 브랜드가 되었다.

핵심은 잭슨이 출발선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래는 레시피를 잘못 이해해서 나온 결과인데, 먹어 보니 더 좋아서 그대로 간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소비자는 이 고백을 통해 이 브랜드의 결함이 포장된 전략이 아니라 실제 실수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시에 그는 감당할 손해의 종류를 직접 골랐다. 재생 농업, 비싼 고기, 느린 성장, 투자 거절. 이 손해를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와 연결했고, 그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실패에서 매출로_ 세 브랜드가 걷는 한 길

 

잭슨스 비프 저키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앞으로의 브랜딩과 마케팅이 어디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례이다.

 

잭슨스 비프 저키: 오븐 앞 고등학생의 ‘실수 실험’

 

“실패를 줄이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실패를 남겨 둘 것인지 고르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