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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행진 (Sheep Parade)/제4장: 실패의 자산화

발견의 브랜드: 고객이 스스로 찾게 만드는 브랜드 전략

4-3 발견의 브랜드: 고객이 스스로 찾게 만드는 브랜드 전략

AI는 이제 '완벽한 전략'을 만들어준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시스템으로 최적화된 콘텐츠와 상품을 배달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는 '누가 먼저 알았는가'보다 '내가 먼저 찾았는가'에 더 깊은 애정을 느낀다.

이 글에서는 AI 시대에도 스스로 발견한 브랜드만이 고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이유를 분석하며, 광고나 추천 없이도 충성도 높은 팬층을 만든 세 브랜드: Aēsop, Totême, The Row를 소개한다.

1. 모든 것이 추천되는 시대, 사라진 우연의 발견

넷플릭스, 유튜브, 쿠팡, 무신사까지. 우리는 매 순간 ‘당신을 위한’ 추천을 받는다. 상품, 영상, 콘텐츠, 심지어 사람까지. 그러나 이 완벽한 개인화는 우연히 무언가를 발견하는 기쁨을 사라지게 만든다.

 

추천의 시대, 사라진 우연의 기쁨



문제는 이 추천이 너무 정확하다는 것이다.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고, 연관 상품을 연결해주는 알고리즘은 마치 우리가 뭘 좋아할지 이미 다 아는 듯하다. 그러나 진짜 애착은 내가 직접 고른 것, 내가 먼저 알아낸 것에서 시작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The Row다. 이 브랜드는 소셜미디어를 거의 하지 않고, 검색해도 정보가 많지 않다. 그러나 단 한 번 매장에서 경험한 고객은 그 미묘한 ‘절제된 고급스러움’에 반하고, 스스로 그 브랜드를 알아낸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 ‘자기 발견’이 브랜드와 고객을 깊게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2. Totême: 덜 보여주고, 더 오래 남기는 전략

스웨덴의 Totême는 브랜드 디자인에서 제품 생산까지 모든 영역에서 '절제'를 철학으로 삼는다. 화려한 마케팅이나 컬러풀한 제품 라인업 없이, 오히려 비슷한 옷을 반복적으로 제안한다. 고객은 이 단순함 속에서 '일관성'과 '정체성'을 발견하게 된다.

 

Totême의 절제된 진열



Totême는 실제로 시즌마다 크게 새로운 스타일을 내지 않는다. 변화보다 반복을 통해 브랜드 철학을 각인시키고, 고객의 선택 피로를 줄인다. SNS 활동도 절제하며, 제품에 집중한다.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들은 이렇게 말한다. “매장에 가면 편안해진다.”, “색이나 실루엣이 심플해서 내 몸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은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잊히는 브랜드들과 차별을 만든다. 정보를 쏟아내기보다, 조용히 기다리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선택의 권한을 넘긴다.

3. Aēsop: 광고 없이 감각으로 스며드는 브랜드

호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Aēsop는 ‘광고를 하지 않는 광고’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들은 전통적인 광고, 타겟 마케팅,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일절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경험’ 그 자체를 마케팅 수단으로 설계했다.

 

Aēsop의 감각적 매장 경험



매장마다 인테리어가 다르고, 공간은 갤러리처럼 연출된다. 손에 올려 발라보는 테스트와 향기, 조명, 음악, 질감의 조화. 모든 것이 감각의 설계다. 고객은 브랜드가 자기를 설명하지 않아도, 경험으로 브랜드의 방향성과 감도를 '느끼게' 된다.

이처럼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고객이 스스로 브랜드를 이해하고 느끼는 경험은 AI가 설계한 어떤 정교한 콘텐츠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고객은 이 과정을 통해 Aēsop을 '발견'했다고 느끼며, 강한 애착을 갖게 된다.

4. The Row: 감춰야 보이는 법

“우리 브랜드를 찾아온 사람만이 입을 수 있어요.” 이 철학을 그대로 실행하는 브랜드가 The Row다. 배우 메리케이트 & 애슐리 올슨 자매가 창업한 이 브랜드는 2006년부터 줄곧 조용한 럭셔리를 실천해왔다.

이들은 웹사이트에도 제품을 거의 공개하지 않고, SNS 업데이트도 적다. 매장은 오직 경험을 위한 공간이다. 입소문을 타고 The Row를 찾은 고객은, 이 브랜드를 ‘아는 사람만 아는’ 특별한 존재로 기억한다.

 

The Row의 감춰진 럭셔리



고객에게 ‘모두에게 보여주는 브랜드’가 아니라, 내가 발견한 비밀 같은 브랜드라는 감정을 주는 것. 그것이 The Row의 전략이다.

5. 고객이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

우리는 지금 AI가 분석한 ‘가장 논리적이고, 정교하고, 최적화된 전략’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가 모두 같은 알고리즘으로 도달한다면, 고객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수 없다.

 

발견하는 순간의 감정



그래서 오히려 고객이 스스로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미완성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Aēsop처럼 감각을 경험하게 하고, Totême처럼 반복과 절제를 통해 브랜드를 각인시키며, The Row처럼 ‘감춘 프리미엄’을 통해 애착을 만든다.

 


이들은 추천 대신 발견을 유도하는 브랜드다. 알고리즘이 제공하지 못하는 감정과 애착의 레이어를 브랜드 구조 속에 심은 기업들이다. 그것이 오늘날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