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ray Sheep

(53)
빅뱅 20주년 성공한 브랜드는 왜 과거를 버려야 하는가 20년이라는 시간은 음악가에게 단순한 경력이 아니다. 한 세대의 취향이 바뀌고, 미디어의 유통 구조가 변하며, 한때 혁신적이었던 기술이 일상적인 인프라가 되는 시간이다.2006년 데뷔한 빅뱅이 2026년 데뷔 20주년을 맞는다는 사실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빅뱅이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한 시대의 표준을 만들었던 아티스트가 자신들이 이미 지나온 시대와 전혀 다른 산업 환경 속에서 다시 자신의 위치를 정의해야 한다는 점이다.대중문화에서 '컴백'이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쉽게 사용된다. 돌아온다는 말은 마치 시간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듯한 착시를 만든다. 그러나 시간은 복원되지 않는다.2006년의 빅뱅으로 돌아갈 수 없고, 당시의 음악 소비 방식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그..
BTS와 그래미 논란이 던진 질문|우리는 왜 남이 만든 기준을 따르는가 권위가 길을 잃을 때세상에는 이상한 순간이 있다.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데 정작 그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질서라고 부르고, 전통이라고 부르며, 때로는 성공의 공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질서와 순응의 미묘한 경계가 놓여 있다.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믿었던 많은 결정이 사실은 이미 사회가 만들어놓은 분류와 평가의 체계 안에서 이루어진 선택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그래미를 둘러싼 BTS의 행보가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을 단순히 한 아티스트와 한 시상식 사이의 갈등으로 읽으면 사건의 표면만 보게 된다. 더 깊이 들어가면 그곳에는 문화산업의 오래된 권력구조와 분류체계, 그리고 변화하는..
불편한 길을 선택하는 사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보여주는 창작과 선택의 방식 불가능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영화보다 먼저 한 사람의 태도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무엇이 가능한지를 묻는 감독이기 전에 무엇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감독이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정교한 디지털 제작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고, 세계적인 배우와 제작진을 거느릴 수 있으며, 막대한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는 이상할 만큼 자주 불편한 선택을 한다.디지털 카메라 대신 필름을 선택하고, 스튜디오 대신 실제 장소를 찾아가며,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면조차 가능한 경우에는 실제 물리적 환경과 특수효과를 통해 촬영하려 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영화기술의 복원이 아니다. 기술이 창작자의 결정을 대신하는 것이 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인간 중심 가치와 철학 7-3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인간 중심 가치와 철학디지털 혁신과 인공지능(AI)의 시대에 기업들은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브랜드 전략, 소비자 신뢰 구축, 가치 중심 경영 등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요구하는 과제는 단순히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지속가능성은 철학이자 가치이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복제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철학적 태도와 공감 능력, 장기적 윤리성을 통해서만 비로소 구현되는 지속가능성의 의미가 있다. 철학으로서의 지속가능성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최적화를 빠르게 수행할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전략이 아닌 철학으로 이해하는 깊이를 놓치기 쉽다. 인도네시아 목공업에서는 “지속가능..
당신만의 역설(Paradox)을 설계하라: EPILOGUE7-4. 당신만의 역설(Paradox)을 설계하라: AI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인간의 숨결 부제: 결함이 곧 구원이 되는 시대, 새로운 인류로의 진입에 대하여2026년의 봄바람이 붑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매끄럽고 완벽한 표면 위에 서 있습니다. 당신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 눈앞의 스크린, 그리고 귀로 흘러들어오는 음악까지, 인공지능(AI)은 0.1초의 오차도 없이 우리의 욕망을 예측하고 재단합니다.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기 직전인 지금,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당신은 지금, 숨을 쉬고 있습니까?"생물학적인 호흡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영혼이, 당신의 심장이, 예측 불가능한 리듬으로 뛰고 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감히 단언합니다. 완벽함의 시대는 끝났습..
AI 시대, 진짜 기회는 ‘비고객’에게 있다 7- 2 AI 시대, 진짜 기회는 ‘비고객’에게 있다요즘 회의실은 비슷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대형 화면에는 전환율, 재방문률, 이탈률 그래프가 떠 있고, 그 옆에는 AI가 분석한 인사이트가 정리돼 있다. “어떤 문구를 써야 클릭이 오르는지”, “어떤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알고리즘이 꽤 정확하게 알려준다. 겉으로 보면 ‘데이터 기반, AI 기반 의사결정’처럼 보이기 때문에 안심하기 쉽다. 하지만 이 글은 조금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AI는 본질적으로 “행동이 기록된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도구다. 이미 우리 서비스를 써 본 사람, 클릭을 한 번이라도 남긴 사람, 장바구니까지 갔다가 멈춘 사람들의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AI는 더 똑똑해진다. 반대로 말하면, 한 번도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 ..
숫자 없는 경영: AI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성공을 재야 하는가 7-1 숫자 없는 경영: AI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성공을 재야 하는가1. 숫자가 너무 많아진 시대, 진짜 중요한 건 사라지고 있다지금 대부분의 회의실 풍경은 비슷하다. 대형 화면에는 매출, 전환율, 이탈률, NPS, LTV 같은 지표들이 그래프로 떠 있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말이 거의 주문처럼 반복된다. 여기에 AI까지 합류하면서, 숫자는 더 정밀해지고 더 빠르게 계산된다. “어느 고객이 언제 이탈할지”, “어떤 타이밍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구매 확률이 오를지”까지 예측해 주는 시대다. 문제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숫자가 목표가 되는 순간이다. 원래 숫자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였는데, 언젠가부터 “이 숫자만 맞추면 된다”는 생각이 조직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당장 눈에 잡히..
평생 A/S라는 역발상: 고장 나야 돈 버는 시대의 반전 전략 6-4 평생 A/S라는 역발상: 고장 나야 돈 버는 시대의 반전 전략AI가 설계한 세계 vs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브랜드지금 기업의 회의실에서 인공지능은 이미 중요한 자리로 들어와 있다. 어떤 가격대, 어떤 기능 조합이 가장 잘 팔리는지, 고객이 몇 년 차에 불만을 느끼는지, 언제 “이제 바꿀 때가 됐지”라는 생각을 하는지까지 데이터로 보여준다. 교체 주기, 업그레이드 타이밍, 적정 내구성, 적당한 불편함. 이 모든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식 안에서 정리된다는 점에서 AI는 매우 유능한 조력자다. 필요하다면 비움이나 모자람, 불균형조차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설계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이 집중하고 싶은 지점은 따로 있다. AI가 어떤 전략을 말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