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들의 행진 (Sheep Parade)

(29)
AI가 완벽을 만든 뒤, 세상은 실수에 열광할 것이다. 4.4 AI가 완벽을 만든 뒤, 세상은 실수에 열광할 것이다.듀오링고·리틀 문스·잭슨스 비프 저키인공지능이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설계하는 시대가 되었다. 광고 문구, 타깃 설정, 캠페인 일정까지 AI가 추천해 주면서 많은 기업이 비슷한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요즘 소비자의 머릿속에 남는 브랜드는 매끄럽게 최적화된 곳보다 어딘가 삐끗한 흔적이 있는 곳인 경우가 많다.이 글에서는 실패와 실수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브랜드 자산을 키운 세 가지 사례, 듀오링고(Duolingo), 리틀 문스(Little Moons), 잭슨스 비프 저키(Jackson’s Beef Jerky)를 살펴본다. 세 브랜드가 어떻게 “지우고 싶은 오류”를 “돈이 되는 서사”로 바꾸었는지, 그리고 이 과정이 왜 AI만으..
못생긴 당근이 더 비싼 시대 5-4. 못생긴 당근이 더 비싼 시대시장에 가면 사람들은 오랫동안 같은 행동을 해왔다.반듯한 사과, 매끈한 오이, 흠집 없는 당근을 골라 담았고, 조금만 찌그러지거나 색이 고르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손이 멈추곤 했다. “왠지 덜 신선해 보인다”라는 판단이 먼저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온라인몰과 동네 마켓, 구독 서비스에서 ‘못난이 박스’, ‘어글리 박스’라는 이름으로 모양이 삐뚤빼뚤한 채소들이 하나의 독립된 상품군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 설문 조사 결과, 최근 6개월 안에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응답자의 절반을 넘어섰고, 그 이유로 “고물가 시대의 합리적인 선택”,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함께 언급되었다.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 ..
라이카가 디지털을 거부하는 이유 라이카5-2 라이카가 디지털을 거부하는 이유느림이 만든 럭셔리: 라이카가 증명한 불완전함의 가치오늘날 카메라 산업은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자동화된' 기술을 향해 나아간다. AI 기반 시스템은 효율을 극대화하며 실패 없는 촬영을 약속한다. 구글 Pixel 9 시리즈는 AI Night Sight Panorama로 저조도 촬영을 혁신한다.반면 라이카는 이 흐름을 거부한다. 2024/25 회계연도 매출은 7.6% 증가한 5억 9,6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이전 2023/24 연도는 14% 성장한 5억 5,400만 유로로 사상 최고 실적이다. 이는 기술 경쟁을 피한 브랜드가 시장에서 빛난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라이카의 선택은 '불편함을 남기는 것'이다. 수동 포커스와 노출 조절은 속도를 늦춘다. 이는..
킨포크 문화와 불완전함: AI 최적화 시대에 남겨진 틈 5-3. 킨포크 문화와 불완전함: AI 최적화 시대에 남겨진 틈킨포크가 보여준 장면, AI가 계산하는 세계오늘날 우리의 하루는 알고리즘이 정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 쿠팡, 넷플릭스 등 첫 화면은 모두 AI가 계산한 우선순위이다. 2024년 SAS·콜먼 파크스 조사 결과, 전 세계 마케팅 조직의 90%가 2025년까지 생성형 AI에 투자한다. 이미 80% 이상이 일상 업무에 사용한다. AI 개인화 캠페인을 도입한 기업은 평균 1.7배 높은 전환율을 기록한다(BrandXR). 2024년 블랙프라이데이에서는 AI 챗봇 도입 리테일러가 9% 높은 전환율을 보인다(배런스).같은 화면 안에서 흰 벽, 나무 식탁, 자연광이 흘러드는 여백 많은 장면이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그것이 바로 킨포크(Kinfo..
정답의 감옥을 탈출하라: 매끈한 세계에서 늑대로 살아남기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5- 1. 완벽의 역설: 소름 끼치도록 조용한 '정답'의 방서울 도심의 마천루, 30층에 위치한 대기업의 전략 회의실. 두꺼운 방음 유리 너머로 도시는 바쁘게 돌아가지만, 이 방 안은 무거운 침묵만이 감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대형 스크린에는 인공지능(AI)이 밤새 분석해 낸 '2025년 브랜드 전략 보고서'가 푸른 빛을 내뿜으며 떠 있다. 보고서는 아름답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10년간 축적된 소비자 구매 데이터, 소셜 미디어를 휩쓴 키워드의 파동, 경쟁사들의 미세한 가격 변동까지... 수억 개의 데이터를 갈아 넣어 도출한 '최적의 해(Optimal Solution)'가 그곳에..
발견의 브랜드: 고객이 스스로 찾게 만드는 브랜드 전략 4-3 발견의 브랜드: 고객이 스스로 찾게 만드는 브랜드 전략AI는 이제 '완벽한 전략'을 만들어준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시스템으로 최적화된 콘텐츠와 상품을 배달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는 '누가 먼저 알았는가'보다 '내가 먼저 찾았는가'에 더 깊은 애정을 느낀다. 이 글에서는 AI 시대에도 스스로 발견한 브랜드만이 고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이유를 분석하며, 광고나 추천 없이도 충성도 높은 팬층을 만든 세 브랜드: Aēsop, Totême, The Row를 소개한다.1. 모든 것이 추천되는 시대, 사라진 우연의 발견넷플릭스, 유튜브, 쿠팡, 무신사까지. 우리는 매 순간 ‘당신을 위한’ 추천을 받는다. 상품, 영상, 콘텐츠, 심지어 사람까지. 그러나 이 완..
완벽함을 거부한 기업들의 실험 4-2 자신만의 길: AI 시대, 완벽함을 거부한 기업들의 실험AI 시대, 전략의 ‘완벽함’은 더 이상 차별성이 되지 못한다. 모두가 같은 알고리즘, 같은 분석 체계, 같은 ‘최적의 전략’을 들고 출발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25년, 88%의 마케터가 AI를 사용하고 78%의 조직이 AI 기반 기능을 도입했다. 전략은 점점 평준화되고 있다. 특히 2024년 구글 알고리즘 업데이트 이후, 편집되지 않은 AI 콘텐츠를 쓰던 사이트들은 트래픽이 40~60% 감소했다. ‘완벽한 전략’이 오히려 브랜드를 비슷하게 만들고, 차별성을 없애는 순간이었다.이런 흐름 속에서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세 브랜드가 있었다. Lush, Trader Joe’s, ALDI.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완벽한 전략’을 거부하고,..
약점에서 탄생한 강자들: 우연한 발명과 대담한 피벗 4-1 약점에서 탄생한 강자들: 우연한 발명과 대담한 피벗기업의 가장 큰 약점, 실패, 오류가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여는 순간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 브랜드 중 상당수는 ‘원래 목적에 실패한 기술’에서 탄생했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세 가지 — 포스트잇(Post-it), WD-40, 슬랙(Slack) — 를 통해 ‘실패가 어떻게 자산으로 바뀌는가’를 살펴본다.1. 포스트잇: 실패한 강력 접착제가 만든 세계적인 메모 문화1970년대 3M의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항공우주용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라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수백 번의 실험 끝에 나온 물질은 ‘강력’은커녕 너무 약해서 아무 데도 제대로 붙지 않았다.연구소에서는 “이건 실패다”라고 판단했지만, 실버는 이 물질을 버리지 않..